2020년, 당신의 추석 해마다 음력 8월 15일이 찾아오면 하늘에는 휘영청 보름달이 뜬다. 그야말로 명절(明節)이다. 덩달아 사람들의 마음도 두둥실 부풀어 오른다. 요즘은 명절을 지내는 방식도 가지각색이다. 모처럼 발동한 회귀본능을 좇아 먼 길을 나서기도 하고, 혼자 여유롭게 휴일을 누리기도 한다. 다만 올해 추석은 예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끈질기게 창궐하는 COVID-19 탓에 친지들과의 만남조차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어딘가는 지난 장마로 인한 피해복구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묵묵히 애쓰는 모든 이들에게도 이번 추석명절이 평온하고 풍족한 날이길 기원하며 글을 적는다. 추석은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 가배(嘉俳), 가위, 한가위라고도 부른다. 일컫는 말이 이렇게나 많지만 아무튼 가을의 한가운데라는 의미다.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추석을 쇠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오래 전부터 신앙의 대상이었던 달이 가장 밝은 음력 8월 보름 무렵에 함께 모여 수확물을 나눠먹으며 세시풍속을 즐긴 기록이 전해져올 뿐이다. (참고자료 : 한국세시풍속사전) 강원도 사람이라면 메밀반죽을 얇게 부쳐 그 위에 실파와 묵은지를 찢어 올린 ‘부치기’가 명절상에 올라온 광경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부침개가 아닌, 부치기다. 부치기를 부침개라고 부르면 어쩐지 정 없게 느껴진다. 묵은지보다는 연한 배춧잎을 소금에 살짝 절여 올린 부치기를 선호하는 집도 더러 있다. 고소한 냄새 팍팍 풍기며 무쳐낸 묵나물도 빠질 수 없다. 취향에 따라 콩이나 녹두, 흑설탕과 깨로 속을 넣고, 꽉 쥐었다 펼쳐 투박하게 모양을 내는 송편은 쫀득쫀득 또 어찌나 별미인지. 아무렇게나 빚는 것 같아도 다 노하우가 있다. 더러는 반죽에 감자녹말을 넣는다고 하는데, 아마도 집집마다 다르지 않을까 싶다.
원주사람들의 추석 명절 계획 여섯 명의 원주시민들에게 올해 추석은 어떻게 보낼 예정인지 물었다. 저마다의 환경에 따라 응답 또한 다양했다. 조금은 식상한 덕담이지만 그래도 한 마디 보태본다. “여러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기를 바랍니다!” 김지연 [직장인] 추석 특근으로 생긴 돈으로 저에게 선물을 해줄 거예요~! 7년 전, 가족회의를 통해 명절 제사를 없앴어요. 대신 가족들끼리 모여서 식사를 하고 각자의 여가 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그래서 주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날이라 딱히 명절엔 어땠는지 말할 거리가 없네요. 지난해와 다를 게 있다면 올 추석은 가족들 식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일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이 시국에 다행히도 회사가 더 바빠져서 근무 일정이 생겼거든요. 가족들과는 미리 식사를 한 후, 돈을 벌 예정이에요.
이민성 [새내기 아빠] 백일을 앞둔 50일의 이서윤 양 입니다. 결혼 전, 그동안 추석은 출가하지 못한 사람이 저 뿐이라, 나름 분주하게 명절을 보냈습니다. 추석 전날 아침나절부터 오후까지 명절 음식하고, 대충 끼니를 때우고 소파에서 가족끼리 늘어져서 시간을 보내곤 했지요. 그리고 추석 당일이 되면 가족 친지들이 얼굴을 비추고, 선산이 있는 안동까지 다녀오는 코스가 주된 추석맞이였습니다. 기혼자가 된 이번 추석은 새로운 가족과 함께 보낼 예정입니다. 올해 70주년 6·25 기념일에 태어난 금쪽같은 딸내미 백일이 추석연휴 중이라, 본가와 처가를 오가며 추석 인사와 더불어 자그마한 백일잔치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와이프는 이미 백일 때 입힐 한복도 구해두었습니다. (웃음)
김정관 [그림책 작가] 사실은 추석이 제일 바빠요. 저는 그림 그리는 사람인데요. 이상하게 추석 전후로 제일 바빠요. 명절이기 때문에 부모님께 다녀오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명절 일정은 어찌 보면 저에게는 조금 사치스러운 일이겠네요. 원주그림책연구회라는 동아리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추석 전까지 옴니버스 그림책 출판 관련 원화 전시회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전시회를 마치면 바로 대형벽화작업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올해도 역시나 바쁜 추석을 보내게 됐습니다. 노주비 [활동가] 올해 추석은 강릉에서 보냅니다. 예전에는 추석에 늘 목포에 있는 할머니 댁으로 찾아뵙고 연휴를 보냈어요. 그런데 재작년부터는 엄마께서 추석 연휴에도 나가셔야하는 일이 생기다보니까 오랫동안 목포에 계실 수가 없는 거예요. 저도 일을 하다 보니 연휴 내내 쉴 수가 없었고요. 그런 이유로 재작년부터는 유연하게 명절을 지내고 있습니다. 아빠 혼자 거의 추석에 할머니 댁에 가세요. 엄마는 집에서 출퇴근하시고 저는 자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올해 추석이요? 혼자 훌쩍 떠나서 쉴 계획이었고 원래는 제주도에 가고 싶었는데 비행기 티켓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강릉 쪽에 숙소를 잡아서 2박 3일로 거기서 쉬기로 했고, 동생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어요. 박찬우 [화가] 추석 덕담은 좋은 말만 합시다. 제가 어렸을 때는 장터에 모여서 동네 사람들과 제기차기나 척사대회도 하고 전통 놀이같은 걸 많이 했어요. 올해 제 나이가 예순 둘이거든요. 생각해보면 명절도 세월 따라 변화가 있어요. 요새 보면 젊은 사람들이 놀 거리가 많이 없겠다 싶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솔선수범해서 건전한 놀이문화를 만들어야하는데 그 역할을 못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우리집은 명절마다 선산을 찾아뵙고 인사드립니다. 이제는 매장문화도 많이 바뀌었잖아요. 좋은 건 받아들여야죠. 그렇다고 서운한 건 없어요. 화장문화도 괜찮다고 봐요. 그리고 명절 때는 어른들도 덕담만 나누고 좋은 쪽으로만 얘기해야지 강요나 이런 식으로 하면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다들 좋은 이야기만 나누는 명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박주환 [감독] 할머니와 더 오래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추석 전날에 큰집으로 모여서 가족 친척들에 안부를 묻고, 차례에 필요한 음식도 함께 만들었습니다. 추석에는 아침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다녀온 후 외가댁으로 이동합니다. 외가 친척들을 만나 인사를 나눈 후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매년 반복되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모이는 친척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일에 바빠서 오지 못하는 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작년 설날부터 명절마다 모이면 친척들과 함께 사진을 찍습니다. 이번 추석에도 함께 모여서 사진을 찍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외할머니와 더 오래 있을 예정입니다. 89세 할머니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남기고 싶습니다.
글 황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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