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싸거나 과하지 않은 선물이 중요
조선시대에는 세화(歲畵)라고 하여 임금이 신하들 에게 새해를 맞이해 그림을 하사했다. 액운을 막고 새해의 복을 비는 부적 같은 개념이었다. 이로부터 새해 아침 그림이나 글씨를 선물하거나 대문에 붙이 는 풍속이 생겨났다. 오늘날은 세화는커녕 연하장 도 찾아보기 힘들지만, 이런 풍습에서부터 명절 선 물을 주고받는 것으로 이어졌다는 설(說)이 있다. 설을 맞이해 인사 겸 주고받는 선물은 세물(歲物) 이라고 한다. 고금을 막론하고 명절 선물로 사랑받 는 것은 먹거리다. 지금처럼 ‘선물세트’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달걀, 쇠고기, 쌀 등을 이웃·친지 들과 나누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1960 년대부터 설탕·조미료·통조림 등이 대중적인 품목 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비누·치약 등 생필품도 등장했다. 이후 현재까지 선물이 차츰 고급화되며 육류세트와 인삼 등의 건강식품이 명절 선물 순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 추석 백화 점에서는 한우, 홍삼정, 사과·배, 굴비, 식용유 등이 가장 많이 팔렸다고 한다. 고급스럽고 값비싼 선물 이 아니더라도, 여의치 않은 주머니 사정이나마 양말 한두 켤레를 건네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 역시 오래된 우리 명절 풍경이다.
사회적경제 마당에서 준비하는 명절 선물 풍경을 보기 위해 원주생협 단관지점을 찾았다. 1월 중 선 물세트를 구매하면 할인과 택배비 등의 혜택을 준 다는 안내가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아직 조 금 이른 탓인지 명절 선물을 구매하는 모습은 보이 지 않았다. “명절은 아주 중요한 시기예요. 평소보다 4~50% 매출이 느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설을 앞두고 어떻 게 해야 할지 세부계획을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어 요.” 원주생협 단관지점의 최윤경 지점장의 설명이 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 매출의 대부분은 제수용 제품의 판매에서 나온다고 한다.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아무래 도 매년 꾸준히 선물을 준비하는 조합원들이 고정 적으로 계시고요.” 선물은 모두 두레생협연합 단위에서 기획된 것들이 다. “원주생협 자체에서도 예전에 몇몇 품목을 묶어명절 선물세트를 기획한 적이 있어요. 반응은 좋았 지만 시간과 인력이 너무 필요하다 보니 다시 시도 할 엄두를 못 내고 있죠.” 원주생협에서는 예약 혜택 내용과 선물 목록을 담은 모바일 카탈로그를 전송 하는 등 조합원들이 명절 선물세트에 대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홍보를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명절 선물은 너무 비싸거나 과하지 않고 받는 사 람의 생활에 보탬이 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최 지점장이 추천하는 선물들도 이 기준에서 크게 벗 어나지 않는다. 올해 새로 나온 것은 ‘곱창돌김’. 씹는 맛이 꼬들꼬들해 입소문으로 한창 인기를 얻 고 있는 품목이란다. 양이 한정되어 있어 크지 않 은 금액에도 인사차 선물하기에 좋다. 건강식품 중에서는 기관지에 좋은 ‘도라지절편세트’는 미세 먼지가 심한 요즘 선물하기 알맞고 가격도 부담이 없다. 한과 종류는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생협 한과는 모두 맛이 좋기로 정평이 났단 다. 생활인으로서 추천하는 것은 ‘현미유선물세 트’와 ‘천연조미료선물세트’. 현미유의 경우 일반 식용유보다 기름 냄새가 덜 나고 발화점이 낮아 요리의 질을 높여주며, 천연 조미료의 경우 두고 두고 사용하기 좋아 실용적이다. “아, ‘차례상전모 음세트’도 추천합니다. 아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 지만, 정말 편해요. 명절 전까지 근무하다 보니 음 식 준비에 도움을 못 드리는데, ‘차례상전모음세 트’를 준비해갔더니 형님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애 용하고 있습니다.” 농·축·수산품 등 생물 종류는 미리 예약주문을 해 택배로 배송받거나, 명절 2주 전부터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생협 선물세트 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아요. 제품의 질 도 훌륭하고요. 생산자와 연결되어 있으니 하나를 구매해도 믿고 편하게 구매할 수 있죠.” 집집마다 선물꾸러미를 들고 다녔던 문화는 많이 사라졌지만, 설은 우리에게 여전히 뜻 깊은 날이다. 지난 한 해 동안의 감사를 전하고 새해 인사와 선물 을 나누는 모습은 결국 서로 힘을 보태는 공동체협동의 가치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글 이새보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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