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인터뷰 - 이상길 노숙인센터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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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희망을 쏜다

원주역 근처에 위치한 좁지만 아늑한 원주 노숙인센터! 늘 넉넉하게 웃고 계시는 분이 있다. 이상길 노숙인 센터장! 몸도 마음도 넉넉해 보이는 이 센터장을 만나 노숙인의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았다.

Q. 노숙인센터에서 생활하고 계신 노숙인은 몇 분인지? 예전에 비하여 늘었는지요? 또 시설규모에 비하여 많은 것인지요?
A. 원주 노숙인센터는 25명 입소가 가능합니다. 현재 생활하고 계신 노숙인은 이보다 조금 많습니다. 대체적 으로 따뜻한 여름에는 조금 줄어들고 추운 겨울에는 조금 늘어나곤 합니다. 그것도 그때그때 다릅니다. 규 모가 작은 시설이라 생활에 불편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노숙인들에게는 따뜻한 보금자리입니다.

Q. 노숙인센터 운영경비는 어떻게 마련하고 있습니까?
A. 센터의 시설은 원주교구내 카톨릭 사회복지재단에 소속되어있는 시설입니다. 직원 봉급과 사무실 운영경비는 원주시에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또 원주지역의 각급 단체와 개인의 후원과 봉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운영경비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원주시와 또 많은 사람들의 성원과 후원해 주시는 돈으로 알뜰하 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Q. 노숙인센터에 입소하는 분들의 연령대는 어떻게 되며 어떤 연유로 오시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A. 연령대는 다양합니다. 그래도 40대에서 50대가 가장 많고요. 어떤 때에는 20대와 30대가 입소하 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입소해 계신분도 40대에서 50대가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여자보다는 남자가 훨 씬 많습니다. 또 고향이 원주이신 분도 있습니다. 노숙인센터로 오시게 되는 연유는 여러 가지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이 사업실패로 인한 가정불화, 음주와 이로 인한 가출 등이 주 원인입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은 경 제적인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사회가 조금 더 따뜻하게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가져준다 면 하는 아쉬움을 늘 갖습니다.

Q. 센터에서 노숙인들을 위해 하는 사업을 소개해 주세요?
A. 노숙인들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또 사회적응을 위해 작지만 의미 있는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매월 생일잔치를 합니다. 한 분 한 분 개별적으로 생일을 챙겨드리지 못하여 월별로 모여 생일잔치를 합니다. 그리고 독서교실을 운영합니다. 독서교실은 노숙인분들과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고 자기의 생각이나 창작 시를 발표하여 서로 위로하고 의견을 나누며 노숙인 분들의 정서적 안정에 많은 도 움이 되곤 합니다. 또 기타연주나 오카리나 연주 등 음악교실을 운영하고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며 문화생 활을 접하고 화합의 시간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또 자살예방 연극을 관람하고 삶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 해 보는 시간도 가지곤 합니다. 다소 아쉬운 것은 노숙인 분들께서 사회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전문기술 습 득이나 자격증 취득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여러 여건상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Q. 일하시면서 힘든 일이 많으실 텐데 어떤 때 가장 힘드시나요?
A. 하루에도 몇 번이고 힘들고 또 몇 번이고 행복해 합니다. 가장 힘들 때는 음주한 입소자를 센터에 서 강제로 쫓아 낼 때입니다. 알다시피 센터에서는 금주입니다. 그러기에 술을 드시면 바로 퇴소입니다. 특히, 추운 겨울에 이런 일이 생기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고 얼마 정도 지나 그 분은 또 입소를 합 니다. 그러면 또 다독이고 같이 생활합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 가족이 되는 거죠. 그리고 센터에서 생을 마 감하는 분이 계십니다. 얼마 전 술을 많이 드셔서 역류성 식도 파열로 돌아가신 분이 계신데 지금도 그 분 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하늘나라에서는 부디 행복하시길 소원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면 노 숙인센터에서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경로식당 무료 급식소를 운영합니다. 하루에 노숙인뿐만 아니 라 장애인, 독거노인 등 매끼 100여명씩 삼시세끼 식사를 하시는데 장소가 협소하여 바깥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더운 날이나 아주 추운 날에는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추운 날 벌벌 떠시면서 기다 리는 모습을 뵈면 마음이 아픕니다. 하루빨리 해결을 해야 하는데….

Q. 보람있는 일도 많으시죠? 행복했던 일을 하나 소개해 주세요?
A. 가장 행복할때는 역시 사회로,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볼 때죠. 입소하셨던 분 중 용접을 열 심히 배우셔서 용접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회로 다시 나아가셨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행복할 때는 가족 분 들이 찾아와 노숙인 분들을 모시고 갈 때 입니다. 그때는 나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이 나온곤 하죠. 입소하신 분들 중에 고아는 5%도 되지 않습니다. 거의 가족이 있으시죠. 지금이라도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 가셨으 면 합니다. 그리고 또 행복할 때는 자활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볼 때죠. 지금도 아주 많은 노숙인분들께서는 홀로서기를 위해 애를 쓰고 계십니다. 우리사회의 관심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Q. 노숙인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하여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이며 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A. 우리가 알고 있는 거지만 사회적 인식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나 또한 내 삶에서 어려운 경우가 있었습니다. 나 혼자서 그것을 헤쳐 나오기가 버겁더군요. 그럴 때 내 손을 잡아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우리 노숙인들에게도 따뜻한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OECD에서 발표한 삶의 만족도 순 위를 보았습니다. 우리나라가 ‘사회관계망의 질’에서 연속하여 꼴찌를 하였더군요. “내가 힘들 때 내가 아플 때 내가 돈이 없을 때 나를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이나 시스템이 얼마나 되는냐”라는 질문인데 38개국 중 우 리나라가 38위더군요. 가슴이 아팠습니다. 노숙인들에게는 가족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따뜻한 시선이 더욱 더 필요합니다. 그 따뜻한 시선과 함께 실질적인 자활프로그램 그리고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일자리입니 다. 앞으로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가족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Q. 노숙인 센터장을 하시면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하고 싶으신 말씀은?
A. 현재도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노숙인들을 위한 지원이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합 니다. 그리고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선 국가나 지자체는 이들이 스스로 일어 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스템 을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단지, 그들의 생활을 위한 것들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노숙인들이 사회로 돌 아 갈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시스템 말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일자리입니다. 노숙인들이 무턱대고 사회로 나 아갈 수는 없습니다.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나 활동 시스템을 만들어 주시면 고 맙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사회복지사를 늘려주셨으면 합니다. 현재 우리 노숙인센 터의 근무인원도 1명 내지 2명 정도 더 충원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사회복지시 설에 전반적으로 사회복지사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국가와 지자체가 꼭 신경써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한 명의 국민도 소홀히 하여서는 안됩니다.

Q. 노숙인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A. 늘 나를 믿고 따라 주시는 우리 노숙인들께 감사드립니다. 때론 싫은 소리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내 진정한 마음이 아닌 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들에겐 현재 술은 독입니다. 다시 가족의 품으로 사 회의 일원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절제하고 참아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 센터에서 운영하 는 각종 자활 프로그램에 꼭 참여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 프로그램 속에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답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가족과 우리 사회는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용기를 내어 다가 가면 됩니다. 우리 모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사랑의 품으로 돌아 갈 수 있도록 힘냅시다. 그리고 마지막으 로 꼭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난 언제까지나 당신 편에 서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