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명절 옷 한복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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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옷 찾던 시절은 지나고

설이 되면 새 옷을 차려입는 풍습이 있다. ‘설빔’ 또 는 ‘세장(歲粧)’이라고 불린다. 설날 아침 일찍 일 어나 미리 준비한 새 옷을 입는 것인데, 다사다난한 묵은해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다. 옷감을 직접 짜고 손바느질을 하던 옛적엔 섣달그 믐에 설빔 준비를 끝내곤 했다. 설빔은 옷뿐만 아니 라 모자, 신발 등 옷차림 일습을 일컬었는데, 나이 와 지위에 따라 알맞게 마련되었다. 예를 들어 어린 아이들의 설빔은 세상을 상징하는 오방색 또는 밝 은 앞날을 염원하는 색색깔의 고운 색으로 지었고, 젊은 여성들은 화사한 다홍색 치마에 노랑 저고리, 붉은 비단에 금박을 입힌 제비부리댕기를 갖추었 다. 한편 설빔은 입는 사람의 성장이나 건강을 가늠 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새 옷이 몸에 잘 맞는지를 살펴보며 아이들이 지난해보다 얼마나 자랐는지, 어르신들이 얼마나 살이 빠졌는지 가늠하는 것이 었다. 아무리 형편이 어렵더라도 버선 한 켤레는 마 련해 새 아침을 맞이했다고 하니, 설빔은 우리네 명 절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설을 앞둔 풍경은 어떨까? 강원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한복대여·맞춤·판매 전 문점인 ‘만수무강’의 원장 김미정 씨는 설빔이라는 개념이 없어진 것 같다고 답한다. “요즘은 설이나 추석에도 한복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한복 업계에서 명절은 ‘대목’이 아니다. 한복집을 찾는 주요 고객은 주로 결혼식 등 중요한 잔치를 준 비하는 사람들. “요즘은 한복을 입는 일이 별로 없 잖아요. 한복은 특별한 날, 좋은 날, 기쁜 날, 중요한 날 입어야 하는 옷인 거죠.” 명절이 더 이상 특별하고 중요한 이벤트가 아니게 된 오늘날의 세태가 반 영되었다는 것이다. “저에게 한복이란 ‘생활’이에 요. 예전부터 한복집을 하면 단아하게 머리를 올리 고 고운 한복을 차려 입고 싶었죠. 하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에요.” 입었을 때의 불편함이나 세탁·보 관 등 관리의 어려움은 한복을 더욱 실생활에서 먼 차림으로 만든다.
그나마 어린아이들에게 한복을 입히는 경우는 비교 적 찾아보기 어렵지 않으나 명절 풍습이 바뀌고 출 산율도 낮아지며 이마저도 변변찮다. 김 씨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명절 전후 아동용 한복을 박스 단 위로 들여오다가 요즘은 준비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복이 아니더라도 명절을 맞이해 새 옷을 장만하 는 경우는 많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다 보 니 새 옷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예전처럼 의미를 담 기 어려운 것도 같다. “새 옷을 입는 게 그렇게 큰 일 이 아니잖아요. 어린아이들도 인터넷으로 찾아서 스스로 입을 옷을 손쉽게 구매하는 세상이니까요.”
김 씨가 한복에 관심을 가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 다. 한복집을 운영하는 친척이 있어 어릴 적부터 한 복을 입고 차례를 지내는 장면에 늘 익숙했다. 1988 년 미인대회에서 입상했을 때에나, 호텔리어로 8년 여 일하며 국빈을 영접하는 동안 김 씨는 한복을 입고 있었다. 외국인들을 비롯해 한복의 빛깔, 자수, 금박 등에 감탄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자신을 통해 한복의 아름다움이 알려지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시 간이 흘러 자연스레 한복집을 열게 됐단다. 옷은 사람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어떤 자 리인지, 어떤 역할인지에 따라 옷차림도 달라진다. 이것은 기본적인 예절이기도 하다. 설날 특집방송 에서 출연자들이 한복을 입고 등장해 대중들에게 명절임을 알려주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감사하게 여 겨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래서 김 씨는 명절만이라도 사람들이 한복을 입 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명절 때 한복을 해 가시는 단골손님들이 계세요. 한 분은 7~8년째 빌 려 가시는데, 꼭 온가족이 모두 갖춰 입으시더군요. 자녀분이 초등학교에 다닐때부터였어요.” 김 씨는 특히 어린 시절 새 옷을 갖춰 입으며 맞이하는 새해 의 느낌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고 덧붙인다. “학 교 도덕시간에 배우는 것보다, 직접 설빔을 입고 명 절 인사를 나누는 게 큰 교육이 될 수 있잖아요.” 우 리 전통과 문화를 알고, 예의를 갖추고, 아름다움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글 이새보미야 사진 원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