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국순당의 복원주 이야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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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순당의 복원주 이야기

우리 술의 전통을 이어가는 전국구 브랜드가 있다. 다 양한 우리 술을 선보여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고, 잊힌 전통주를 복원하는 데에 애쓰는 주류업체, ‘국순 당’이다. 국순당은 지난 2004년 우리나라 최대 규모 의 전통주 공장을 준공하며 횡성으로 본사를 이전, 강 원도 기업이 되었다. 부지 면적 14만4367㎡, 375㎖ 기준으로 하루 40만 병의 술을 생산할 수 있다. 전통주 붐을 일으킨 ‘백세주’는 물론, 최초로 전국 유 통이 가능한 생막걸리를 출시하는 등 우리 술을 이야 기할 때 국순당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란 어려운 일이 다. 국순당 최영환 생산본부장은 전통술에 대한 자부 심과 애정으로 국순당을 설명한다. 실제로 국순당은 1980년대 세계에 내놓을 우리 술이 없다는 데에 부끄 러움을 느낀 창업주 우곡 배상면이 전통주를 빚는 데 에 전력하기 위해 설립한 ‘배한산업’에서부터 이어진 기업이다. 당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곳곳에서 우 리 술이 발굴되었는데, 그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우리 술은 이강주, 문배주 등 몇 가지의 증류주가 전부다. 발효주는 찾아보기 어렵다. 술은 생산 방법에 따라 증 류주와 발효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말 그대로 발효주 는 당을 발효시켜 만드는 술이고 증류주는 발효주를 증류시켜 만드는 술이다. 우리 술 중 증류주로는 소주 가 있고, 발효주는 탁주1)와 약주2)로 나뉜다.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를 시키기 때문에 발효주는 만들 때마 다 차이가 나고, 대량 생산이 어렵고, 유통도 까다 롭다. “대중화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로 위생적이어 야 하고, 둘째 균일한 품질을 유지해야 하며, 셋째 대량 생산이 가능해야 합니다. 이것에 처음으로 방 법을 제시한 것이 국순당의 ‘백세주’인 거죠.” 백세주가 대성공을 거두며, 사라져가던 약주(청주) 의 맥이 살아났다. 당시 국순당의 슬로건은 ‘전통을 오늘에 맞게’였다. “국순당이 없으면 대형화, 상품 화된 전통술은 없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이후로 산사춘 등 다양한 우리 술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2008~2009년에 이르러서는 막걸리 붐이 일기도 한다. 우리 술 제조법으로 다양한 시도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삼겹살 전용 술을 표방한 ‘삽겹살에 메 밀 한 잔’, 그 해의 햅쌀로만 빚는 한정판 술 ‘첫술’, 캔 막걸리 ‘아이싱’, 커피를 접목시킨 막걸리 ‘막걸 리카노’ 등이 출시되어 왔다. 특히 국순당은 2008년부터 ‘우리 술 복원 프로젝 트’를 진행 중이다. 강원도의 전통 민속주인 옥수수 술과 삼척의 불술을 포함해 지금까지 24개의 우리 술을 복원해 선보였으며, 사시통음주·청감주·이화 주·자주·송절주 다섯 가지가 시판 중이다. 모두 술 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시도다.

국순당의 창업자 우곡 배상면은 시쳇말로 ‘술 덕후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일본어 ‘오타 쿠’를 한국식으로 바꾼 말)’라고 불릴 만한 사람이 었다. 호(號)인 우곡(又麯)이 ‘또 누룩을 생각한다’ 는 의미인 것에서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전통 기법 인 ‘생쌀발효법’을 재현한 것이나 세계 최초로 쌀 주조를 위한 전용 쌀 ‘설갱미’를 개발한 것, 본인 이 름을 딴 출판사를 설립해 「조선주조사」 등 술과 관 련된 각종 책을 저술 및 편역한 데에 이르러서는 감 탄마저 하게 된다. 조주사이기도 한 최 본부장도 술을 ‘어마어마하게’ 좋아해 국순당에 들어왔다. “식품공학을 전공했습 니다. 이직을 하고 첫 출근이 2002년 월드컵 미국 전이었어요. 첫날부터 경기를 보면서 밤 9시까지 낮술을 마셨죠.” 어떤 술이 가장 맛있는지 묻는 질 문에 최 본부장은 ‘좋아하는 사람과 마시는 술’이 가장 맛있다고 우문현답을 했다. “집이 영어로 'house’가 아니고 ‘home’이어야 하는 것처럼, 우 리는 술이 아니라 ‘대화’를 파는 겁니다.” 술은 목적 이나 수단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매개 라는 것이다. 국순당 건물 2층에는 주향로(酒香路)가 마련되어 있다. 방문객들을 위한 견학 공간으로, 우리 술의 역사와 술 빚는 방법, 각종 전통주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비롯해 국순당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유 리창 너머로 제조가 이루어지는 공장 내부를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견학을 마치고는 술을 직접 시음 해볼 수도 있다.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도 가능하다. 최 본부장은 두 달 후면 술을 만든 지 25년이 된다. 

주향로를 견학하는 동안 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풀어내주었으나, 아직 ‘명함도 못 내민’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만큼 양조 의 세계에 전문성과 경력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뜻 이겠지만, 정작 실생활에서 우리가 접하는 전통주 를 떠올려보면 꽤나 열악한 현실이다. 특히 일제강 점기 제정된 이래 이를 근간으로 내려온 주세법에 문제가 많다. 협소한 정의(定義)와 과도한 규제 때 문이다. 청주와 약주의 명칭 문제는 물론, 전통주로 인정을 받지 못해 높은 세금을 내거나 유통에 제한 을 받는 경우가 많다. 주세법상 제조원가가 높을수 록 세율도 올라가는 종가세(從價稅)를 부과하고 있어 술을 고급화하거나 세계화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내 술을 만들고 싶다’는 생 각은 술 만드는 사람이라면 다들 하죠. 그러나 개인 이 양조를 하며 유지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국순당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우리는 ‘로 컬’이 되고, ‘글로벌’이 되고 싶어요.” 올해 국순당은 횡성한우축제를 최초로 공식 후원하는 등 ‘강원의 술’로서 행보를 이어갔다. 지역적 정체성을 바탕으 로 세계로 진출하는 것은 아마 모든 술 빚는 사람들 의 꿈일 것이다.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우리가 무너지면 전통 주는 없다’. 둘째, ‘전체 전통주 시장의  파이를 키우 자’. 지역마다 지역의 전통술이 있고, 충분히 제 값 을 주며 즐길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 사진 이새보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