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농가맛집 토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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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어머니의 광주리 밥상”

너른 들판에서 모를 심거나 벼 베기, 혹은 타작을 할 때면 어머니는 커다란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양 손에는 물 주전자를 들고 논길을 잘도 걸어 편평하 고 그늘진 곳에 밥상을 차리곤 했다. 광주리 안에는 평소 먹어보기 힘든 생선구이와 두부조림, 동태찌 개, 김, 돼지고기볶음이 가득했다. 큰 그릇에 담긴 하얀 쌀밥에서는 아직도 모락모락 김이 나곤 했다. 아버지는 다른 들에서 일하고 있는 동네 사람을 향 해 큰 소리로 “어이 김 씨 여기 와서 밥 먹고 일해” 라고 외쳤다. 그러면 김 씨는 주저 없이 함께 둘러 앉아 꿀맛 같은 밥을 먹었다. 함께 나눠먹는데 인색 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모든 농사가 기계 화 돼 있어 사람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않는다. 혹 여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면 인부를 구해 와야 한다. 예전엔 마을 사람들이 품앗이로 하던 일들도 말이 다. 들에서 아이와 젊은이, 어르신이 함께 둘러 앉아 정겹게 먹던 밥상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그 밥상을 먹고 싶다면 인터넷을 뒤져 농가맛집을 일 부러 찾아가야 할 처지다. 그 때 어머니가 내 오던 광주리 밥상을 먹을 만한 곳이 2012년 초겨울 원주에서 문을 열었다. 흥업면 매지리 회촌 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농가맛집 토요’ 다. 흙을 노래하는 생명밥상이라는 타이틀로 문을 연 토요에서는 고향 정취가 물신 풍기는 밥상을 만 날 수 있다. 각종 푸성귀와 된장, 고추장, 가지볶음, 감자, 김치, 생채, 총각무 등이 갖춰져 있다. 돼지고기 볶음도 당연히 나온다. 술빵도 맛볼 수 있다. 가장 입맛을 당기는 것은 역시 가마솥 밥이다. 둘러앉은 농부들 대신 직장인과 도시민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 다. 겨울에는 돼지고기 볶음 대신 서낭할머니 보쌈을 내놓는다.

글 원상호   사진 이새보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