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섬강과 문막평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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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강이 어듸메오 티악이 여긔로다

큰 일이 생기면 봉황이 마을을 향해 울었다는, 명봉 산에 오른 적이 있다. 문막 동화리에 있는 힘들지 않은 산이다. 산마루에서 서쪽을 향해 서자, 아름다 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겹겹이 산등성이로 둘 러싸인 황금빛의 들판과 그 가운데를 굽이져 흐르 는 강줄기. 기운 햇빛을 받은 섬강과 문막평야의 모 습이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 갈 때면 문막평야를 바투 마주하게 된다. 문막 읍내를 지나 바로 나타나 는 광활한 평야는 강원도 최대의 곡창지대로, 철원 평야 다음으로 크다. 농사를 지으면 쌀이 딱 한 섬 나온다고 해서 ‘한섬지기’라고 불리는 들판, 옛날 원 씨 성을 가진 사람이 호랑이를 잡아 번 돈으로 장만했다는 ‘호랑이밭[虎田]’ 등 널찍한 들판에 얽 힌 재미있는 지명도 많다. 횡성에서 발원해 흐르는 섬강은 남한강의 지류로 문막을 가로지른 후 충주지역에서 흘러오는 남한 강과 합쳐진다. 이 덕분에 충적토가 발달해 문막평 야는 아주 비옥한 토질을 자랑하게 되었다. 빼어난 생산량 덕택에 ‘원주는 몰라도 문막은 안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문막은 예로부터 융성한 지역이었으 며, 도시화가 제법 진행된 지금도 쌀농사가 주요 산 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2만여 명의 전체 인구 중 농가 인구는 60%에 달하는 1만2,000여 명. 한때는 자광미(자색빛 쌀)·향미(향기나는 쌀) 등의 기능성 특수미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배되기도 했고, 지 난해엔 지역 브랜드 쌀 ‘토토미’가 ‘2016년 대한민 국 명품쌀’에 선정되는 등 그 품질도 인정받고 있다. 옛날엔 섬강이 남한강과 만나는 지점에 세곡을 싣 던 흥원창이 설치되어 있었다. 섬강을 따라서 조운 선이 오갔고 문막에는 강원 지역에서 제일가는 선 창(船艙)이 있었는데, 물자는 풍부하고 교통도 편 리하니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섬강을 건너는 이들 을 위해 막을 친 것 때문에 ‘물막이’라고 불리게 되 었고 이것이 문막이라는 이름으로 변모했다 전한다. 이곳은 송강 정철(松江 鄭澈)이 관동지방으로 향 하는 길에 마주한 곳이기도 하다. ‘섬강이 어듸메오 티악이 여긔로다’라는 관동별곡의 가사에서처럼, 섬강과 문막평야의 풍요로움은 ‘치악’과 더불어 원 주를 상징하고 있는 셈이다. 추분이 지난 들판에도 가을이 깊어 어느덧 추수가 한창이다. ‘쌀 한 톨의 무게’는 생명과 평화와 세월 과 우주의 무게라는 노래 가사가 문득 떠오른다. 들 녘을 적신 섬강은 서쪽으로 서쪽으로 향하고, 문막 평야는 농부의 손끝에서 겨울을 날 채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