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두 개의 항국도시를 거닐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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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도시재생과 관련해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일부 지자체가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도시재생을 시도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 도시재생이 단 기간에 이뤄지는 사업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독일 함부르크의 경우 수십 년 동안 도시재생에 투자하고 기다린다. 마을 주민과의 소통, 협업, 참여 등 도시재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최근 도시재생의 개념을 도입해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는 부산시 사하구 감천문화마을과 세계적으로 도시재생에 성공한 독일 제2의 도시 함부르크를 소개한다.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부상
골목마다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물고기들이 누비고 다닌다. 파스텔톤 계단식 집들이 붙어있는 풍경은 항구도시에서 볼 수 있는 집들과 또 다른 분위기다. 끊임없이 발길이 이어지는 중국인과 국내외 관광객 수에 입이 벌어질 정도다. 왁자지껄한 마을은 무슨 축제가 있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이다. 미로처럼 얽혀진 골목에서 만나는 독특한 풍경에 방문객들은 연방 휴대전화 카메라 버튼을 눌러댄다.
지난 5월 찾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이면서 항구도시인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에는 동남아와 중국, 일본인 등의 방문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언덕 마을에서 바라보는 바다 색깔도 모처럼 얼굴을 내민 푸른 하늘을 닮았다. 별을 떠나 지구로 온 어린왕자가 감천만을 내려다보고 있는 포토 존에는 관광객들이 사진을찍기 위해 길게 줄지어 있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있는 아트숍과 감내골행복발전소, 하늘마루도 인기다. 감천문화마을은지금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확 떠오르고 있다.


감천문화마을 올해 관광객 200만명 돌파 기대
감천문화마을은 2009년 예술가들이 진행한 마을 미술 프로젝트‘꿈꾸는 부산의 마추픽(Machu Picchu)’를 계기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2011년 2만5,000여명에 불과하던 방문객은 지난해 185만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지난 6월 말 기준 벌써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 89만여명에 비해 12.7% 늘어난 숫자다. 올해 말까지 200만명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추산된다. 감천문화마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봄 여행 주간(4월29일∼5월14일)을 맞아 전국 관광지점 46곳을 선정해 방문자 수를 집계한 결과 담양 죽녹원(18만3,82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7만1,346명이 찾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감천문화마을에는 64점의 예술조형작품을 비롯 올해 7회째 열린 골목축제, 수시로 열리는 문화공연과 작품전시회, 17개의 작가 레지던시와 갤러리, 골목길 투어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는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했던 아랫마을에 예술작품 17점을 설치해 마을 전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거듭났다. 또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 국제교육도시연합(IAEC) 우수교육 도시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외적으로 마을의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떠오른다고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부산지역 도시재생의 모델이자 유명 관광지이지만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주택·임대가격 상승으로 원주민과 영세상인이 내쫓기는 젠트리피케이션이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으로 새롭게 태어나다
부산의 대표적 달동네인 감천문화마을은 한때 인구가 3만여 명에 달했지만 1990년대 들어 점점 인구가 줄면서 폐·공가가 늘어나는 등 마을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도시재생이접목되면서 마을의 운명 자체가 바뀌었다. 계기는 2009년 마을주민과 지역 예술인들이 힘을 모아 시작한 마을미술 프로젝트가 시발점. 여기에 반원형의 골짜기 굴곡을 그대로 간직한 계단식마을 형태와 감천만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풍광이 한몫했다. 특히 6·25전쟁이후 이 마을의 역사가 부산 현대사의 단면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점은 귀한 자산이 됐다. 더욱이 산복도로는 6·25 전쟁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함께 지역의 지형적 특성에 의해 조성된 것으로 문화적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옥녀봉에서 천마산에 이르는 산자락을 따라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독특한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는 감천동만의 독특한 장소성을 보여준다. 뒷집을 가리지 않게 지어진 주택의 미덕이 살아있는 감천동은 서로를 배려하면서 살을 부비고 사는 우리민족문화의 원형과 전통을 잘 일깨워준다. 감천동은 6·25전쟁을 피해 전국 각지에서 온 피란민들의 판자촌이었다.
감천문화마을 도시재생의 성공 비결은 행정과 주민들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사전적으로 공동작업·협력·합작)’이라고 마을 도시재생을 담당했던 관계자들은 전한다. 마을의 아름다운 전경과 부산 역사가 녹아 있는 마을 특성을 살려 기존 재개발·재건축이 아닌 ‘보존과 재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이주효했다고 강조한다. 마을공동체의 힘과 지역 공동체 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가 인정한 친환경도시 함부르크, 도시재생도 세계적
몇 년 전 초겨울 독일 베를린에서 아우토반 1번 고속도로를 타고 함부르크에 간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가 항구도시 부산인 것처럼, 독일에서도 항구도시 함부르크가 두 번째로 큰 도시다. 영사관만 100여개에 달할 정도로 국제적인 도시다. 베를린에서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세계적인 항구도시 함부르크는 겨울이 시작된 계절답지 않게 도시 주위는 온통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대형 선박들이 정박돼 있는 엘베강 주변으로 수 킬로미터를 따라 이뤄진 숲속의 집들과 수백 년은 넘었음직한 아름드리 수목들 속으로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평온함이 느껴졌다. 숲 속에 포근하게 들어선 집들의 나뭇잎은 모두 떨어졌지만 온통 숲으로 둘러싸여 굳이 담을 만들 필요도 없어 보였다. 끝없이 펼쳐진 엘베강변의 숲길은 말 그대로 도시 중심부의 알스터호수와 함께 함부르크 보물로서 손색이 없었다.
함부르크에 도착해서는 함부르크시가 야심찬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는 ‘하픈시티(Hafen City)’를 찾았다. 2000년에 시작돼 25년 동안 장기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 현장이었다. 엘베강의 홍수위협에 함부르크 시민들이 새로운 도시개발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나온 방안이 하픈시티 내 기존항구의 창고를 재생하는 사업이었다. 157㏊의 수변공간에는 국제해양박물관과 하픈시티대학교, 초등학교, 과학센터, 크루즈센터, 바스코다 가마(Vasco da Gama) 플라자, 마르코폴로 광장, 전통선박항구 등이 들어섰거나 건설 중에 있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재생되고 있는 곳이다. 항만의 낡고 퇴락한 시설공간에 최첨단 건축물을 세워나가며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에 자연친화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녹색정치의 본산다웠다. 녹색공간은 물론 모든 건축물의 옥상녹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녹색과 메트로폴리탄건설’을 동시에 견지해나가겠다는 전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엘베강 입구에 위치한 하픈시티 건축물의 경우 세계 건축사들을 대상으로 설계경연을 거쳐 기후변화로 인한 대규모 홍수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상에서 건물의 한층 정도(약 4m)를 높여 물에 잠겨도 건축물에는 지장이 없도록 설계를 한 후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홍수로 인해서 도시가 물에 잠겨도 시민들의 통행이 자유로울수 있도록 공중(?)에 설치된 인도에는 평소에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함부르크 시청에서 근무하는 데드로프(여·Vladana Dethloff)씨는 “엘베강의 홍수위협을 해결하고 새로운 도시개발을 위해진행된 하픈시티의 건축물 건축을 위해 2000년 세계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했다”며 “하픈시티 프로젝트는 유럽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로 기존 녹지를 건드리지 않고 40%의 면적을 넓히고 있는 자연친화적인 도시재생사업”이라고 말했다.


도시재생의 탁월함이 유럽의 녹색수도 만들어
함부르크는 유럽의 녹색수도로 선정돼 그린캐피탈 상을 수상했다. 엘베강의 홍수문제 대응방안과 아우토반 7번의 천장을 덮어 매연을 최소화하고 그 위를 녹색지대로 만드는 것이 상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친화적이면서 새로운 고용창출의 효과까지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하픈시티가 완성되면 이곳에는 1만~1만2,000여명이 거주하게 되고 고용창출도 4만개 정도로추정된다고 한다. 이 같은 대규모 도시재생사업이 가능한 것은 민간투자자의 자본을 이용해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시키는 작업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캐나다 벤쿠버에서 1973년 시작된 이같은 제도를 독일에 적용하는 데까지 30년이 넘게 걸렸다.

생태를 고려한 도시재생의 이름, 깃털계획
함부르크는 지난 수십 년간 환경생태계획이 자연보전법상 가장중요한 계획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함부르크시의 광역도시계획은 1920년 슈마커(Schumacher)의 도시계획인 ‘깃털계획(Feather Plan)’에 중점을 두고 있다. 외부에서 흘러오는 자연축을 통한 도시발전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도시는 자연을 침해하지 않고 도시 내에서 개발을 할 수 있다. 함부르크시의 도시계획은 외부 축을 따라서 발전하는 계획 그대로 승계되고 있어 구도심지 재생, 재개발계획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 그대로의 녹지를 보전할 수 있다. 대부분의 도시는 인구가 늘어나 확장이 필요하면 기존의 도심은 그대로 두고 개발지역을 넓혀서 주변으로 점점 뻗어나간다. 그러나 함부르크의 깃털계획은 불필요한 확장을 억제하고 구 도심을 최대한 재생하고 재개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덕분에 함부르크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옛 모습을 간직한 구도심이 여전히 중심지 역할을하고 있어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대표적인 곳이 200년 전 강으로 이용했던 함부르크의 또다른 보물 알스터(Alster)호수다. 밤낮으로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녹지가 풍부하고 아름다운 휴식공간이다. 함부르크 시내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호수 인근에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자연과함께여서인지 시민들에게서는 여유와 낭만이 엿보인다. 수변공간의 자전거도로는 기본이었고 지하철까지 자전거를 들고 타는도시이다 보니 자동차는 선택일 뿐이었고 녹색도시의 전형성이 함부르크 항구, 공원, 거리 등에 그대로 배어 나오는 것 같았다.
글.사진. 원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