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원주에서는 어떻게 책 읽기 운동이 시작됐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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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915일 오후 3시 원주시 우산동에 자리한 강원도중소기업지원센터 6층 대회의실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추진위원회가 고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의 일화를 담은 좁쌀 한 알선정도서 선포와 함께 사업설명회를 진행한 것이다. 원주 지역사회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한 시민 책 한 권 함께 읽기를 위함이었다. 2004년 시작된 원주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이 벌써 14년째 이어지고있다.

당시 선정됐던 좁쌀 한 알은 지금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지역 사회에 생명과 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14권의 책이 한 책 읽기 운동도서에 선정돼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매년 작가와의 만남을 비롯해 독후감상문 응모대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원주가 한 권의 책을 통해 소통하고 상생하는 길을 찾아가는 모범 도시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 엿보인다.

 



한 책 읽기 운동은 어떻게 시작됐나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은 1998년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이 처음 시작한 이후 미국 전역과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성공적인 풀뿌리 독서운동이다. ‘ONEBOOK(한 책)’ 읽기 프로젝트로 알려진 이 독서운동은 한 도시에서 모든 시민이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함으로써 독서 분위기를북돋고 문화적 체험을 공유하는데 목적이 있다. 현재 미국 내 240개 도시에서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충남 서산시가 한국도서관협회와 함께 추진한 이후 전남 순천시와 부산시에서도 이 운동을 전개했다. 민간 사회단체 주관의 운동은 원주가 처음이다.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의 시발점이 된 시애틀은 시 자

체가 하나의 확장된 독서토론 그룹이다. 이를 토대로 시민의 독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시작했다. 그 목표는 독서애호가는 물론 전혀 책을 읽지 않는 시민들까지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시카고 시와 시카고 공공도서관은 온 시민이 9월 한 달 동안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10월에 열리는 시카고 도서주간에 참여해 토론하도록 초청했다. 이로써 매우 다양한 인구집단과 사회문화적 특성을 지닌 대도시 시카고 전체가 한 권의 위대한 책을 통해 독서와 토론의 문화를 조성, 하나의 독서클럽으로 공식 출범하게 되었다. 한 권의 책으로 하나의 도시를만들겠다는 시카고의 이상은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큰 성공을 거두었고,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 책 읽기 운동 가운데 가장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애초 이 운동은 다양한 인종과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사회의 구성원을 한데 묶겠다는 의도가 강했다.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동일한 문제를 어떻게 분석하고 해석하는지를 놓고 토론하는 과정 그 자체가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낳는다고 본 것이다. 또 지금까지 한 번도 도서관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거 어떤 유형의 독서토론에 참여해 본 적이 없었던 사람들도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도록 도서관 뿐 아니라 커피숍이나 서점들에서 독서토론을 주관하였고 독서토론 이외에 책과 관련된 영화 상영, 연극 공연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텍스트 읽기라는 개념을 추가했다. 즉 독서보다 영상미디어에 더 익숙한 세대에게 유인을 제공하고 현장감을 증폭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미디어의 도움을 구하여 독서운동의 개방적인 문화적 경험을 만들어 나간 것이다. 이처럼 한 지역에서 진행된 독서토론과 다양한 행사를 통하여 사람들은 책을 읽을 뿐만 아니라, 자기의 이웃들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문제들을 토론 할 수 있었다.

 

원주, 책 읽기 운동에 나서다

원주는 유난히 외지인들이 많고 지속적인 개발로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는 곳이다. 외지인이 많다 보니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동일한 문제에 있어서도 다양한 가치와 의견이 나온다. 다양한 가치와 의견 속에서 가장 좋은 결론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토론을 통한 합의 도출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이 한 책 읽기 운동으로 이어졌다. 시민들이 한 해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문화적 체험을 공유함으로써 지역사회 구성원 간의 정서적 일체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문화적으로 성숙한 아름다운 지역사회를 구현해 나가게 될 것이란 믿음도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추진위원회가 구성, 첫 행사가 20049월 개최됐다. 원주시와 원주시립중앙도서관, 원주교육문화관, 문막교육도서관, 원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 강원도원주교육지원청, ()원주투데이신문사, ()전국독서새물결모임,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함께 했다.

 


책 읽기 운동을 통해 무엇을 얻었나

한 책 읽기 운동은 책과 관련한 많은 문화행사를 추진해 수준 높은 지역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또 정서적 일체감 및 지역통합을통하여 행복한 원주 형성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역주민의 문화적 상실감을 극복하고 주민참여형의 자율적인 문화 공간 만들기 운동의 기폭제 역할도 수행한다. 특히 도서관 활성화와더불어 민·관이 함께 추진하는 문화 운동의 모범사례를 마련하는 데 큰 보탬이 되고 있다.

 

그동안의 선정도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2004좁쌀 한 알을 시작으로 광복 60주년을 맞은 2005년에는 독도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한 김병렬 작가의 독도를 지키는 사람들, 2006년에는 개인 이기주의가 팽배해진 요즘 남을 배려해 주는 훈훈한 인정과 아름다운 인간미가 담긴 한상복 작가의 배려, 2007년은 조선시대 하층민들의 삶과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의미를 결합해 창의성이 돋보이는 역사동화 초정리편지, 2008년에는 국제사회에서 꿈의 도시, 희망의 도시로 일컫는 가장 모범적인 생태도시를 다룬 안순혜 작가의 숨쉬는 도시 꾸리찌바, 2009년은 안순혜 작가의 너 정말 우리말 아니?가 각각 선정됐다. 2010년에는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상황을 열두 살 나이 동규의 시선과 경험으로 표현한 손연자 작가의 1940년 열 두 살 동규, 2011년에는 지구온난화를막기 위해 주인공 자연이처럼 원주 시민 모두가 지구 구출 대원이 되자는 손연자 작가의 지구구출 대작전을 선정했다. 2012년에는 우리 선조들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더 나은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버려야 할 것과 물려받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박영대 작가의 우리 그림이 들려주는 사람 이야기, 2013년에는 원주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10주년을 기념해 이영득 작가의 내가 좋아하는 풀꽃을 뽑았다. 2014에는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이 선사하는 유쾌하고 따뜻한 페이소스의 향연인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2015년에는 아주 평범했던 동네에 이금례 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작은 도서관이 생기면서 일어나는 5가지 이야기들을 5명의 주인공이 등장해 들려주는 김혜연 작가의 코끼리 아줌마의 햇살도서관, 2016년에는 상생의 지혜, 정직한 관점, 문제 해결

방식, 본 것을 보았다, 들은 것을 들었다고 말할 용기, 지혜롭게 해결할 방법을 모으는 고민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진형민 작가의 소리 질러 운동장, 2017년에는 김중미 작가의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가 선정돼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 원상호 도움. 김흥렬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교육지원담당

사진.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