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해 하나 되는 지역사회를 희망한다 - 김남형(주)도서출판'이음'대표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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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20170927_143357.png | 조회수 | 10,001 |
더위가 슬슬 기승을 부리는 이른 여름, 한라대학교 한 건물의 좁은 사무실 벽에는 각종 책이 잔뜩 꽂혀있다.학술서적이나 정부 부처의 자료집 따위부터, 알록달록한 표지의 어린이용 서적들이 눈에 띈다. 2017년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 창업팀 ‘(주)도서출판 이음’의 사무실이다. 공동체를 서로 잇기 “이음은 출판이 지역사회에서 녹아나도록 돕는 곳이에요. 그러기 위해서 지역화된 교재 개발에 포커스를 맞춘 거죠. 교육활동이나 각종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형태의 교재나 교구를 만들고, 그걸 통해서 사람들이 지역을 많이 알게 하자, 그것이 다시 출판으로 피드백이 되어 결국은 출판과 지역이 같이 가는 형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음’이라는 낱말의 뜻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이어서 합하는 일, 또는 그런 부분. 사명(社名)에 대한 김남형 대표의 설명도 다르지 않다. ‘이음’은 말 그대로 서로이어준다는 뜻이에요. 결국 가장 중요한 ‘공동체’를 뜻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역사회에서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건 공동체예요. 아이들과 아이들, 옆집 어르신과 옆집 아이, 이런 연결고리가 많이 무너져 있잖아요. 출판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지역사회에 녹아나는 출판 김 대표는 23년간 공직에 몸을 담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일부, 환경부 등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그러나 김대표는 소개를 부탁하는 말에 손사래를 친다. “지역에서 일하고지역의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절 이렇게 소개하면 좋겠어요. 지역에 녹아나는 사람. 하나의 연결고리가 되는 사람.” 이음을 시작한 이유 역시 이런생각의 연장선이다. “그동안 환경 쪽 강의를 많이 해왔어요. 어르신·학생·공무원을 대상으로했는데, 지역에 있는 걸 많이 알려주지 못했다는 점이 늘 아쉬웠죠. 강의 자료에는 중앙정부의 이야기, 아니면 전 지구적이고 세계적인 이야기뿐이었으니까요. 막상 지역에 와서 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살고 있는 곳에 대해 말해야 하는 건데 말이죠.”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이음에서 처음 만든 책은 ‘쓰레기를 알아보는 쭌이의 여행’.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쓰레기 감량 관련 교육용 교재다. “원주는 RDF(고형연료)라는 쓰레기 자원화시설이 처음 들어왔을 정도로 폐기물 산업 분야에서는 선진적인 도시예요. 그만큼 논란도 많죠. 이런 부분을 원주에 있는 학생들이 먼저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교재에는 원주 지역의매립장·선별장 사진과 쓰레기 매립 현황이 들어간다. 환경은 이음의 주된 타깃이다. 교육용 교재라는 특성상 구성에 관해서도 고민이 많다. “저희가만드는 책은 대부분 워크북 형태예요. 단순하게 전달만 하는 게아니라, 직접 문제를 풀어보고 토론해보는 형태죠. 대화를 하며속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서연남기획실장이 덧붙였다.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이 익숙지 않잖아요. 왠지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아서그에 맞춰 얘기하게 되고요. 보통 앞부분에 설명을 한 후 뒷부분에 문제풀이가 있는 형태인데, 프랑스 등의 교육 책자를 보면 굉장히 자율적이거든요. 우리 교재도, 자연스레 자신의 생각을 꺼내고 공감을 이뤄갈 수 있는 구도로 제작하고 싶어요.” 이 밖에 평창아라리, 청소년 노동 인권 등 사회적 가치와 지역이잇닿아 있는 다양한 콘텐츠의 교재도 준비 중이다. “원주 쓰레기매립장 강사 선생님과 함께 교재를 연구했어요. 평창아라리 는 미탄초등학교 선생님, 평창아라리보존회 어르신들과 같이하는 중이고요. 지역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들과 상생해서 만들다 보니 내용도 풍부하고, 참여하는 분들이 모두 재밌어 하세요. 협의하는 과정이 쉽진 않지만, 서로 고민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긍정적인 것 같아요. 그게 사회적기업을 꿈꾸는 우리가 해야할 역할인 것 같아요.” 꼭 교육용 교재가 아니더라도, 여러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자서전 사업이다. “살아왔던 것을 되짚어본다는 건, 인생을 이어가는 거예요.북유럽 같은 곳에선 자서전을 많이들 써요. 소통의 통로가 되는거죠. 단절되었던 나의 청춘과 중년과 노년을 연계해 이어가고, 자서전을 쓴 사람들이 많은 마을에서는 나아가 마을과 마을, 사회와 사회를 잇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든다 이음은 올해 2월 2017년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 창업팀으로 선정됐다. 본격적인 업무는 법인 설립 및 사업자 등록이 완료된 4월부터 시작했다. 아직 시작하는 입장인 만큼,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아직까지는 준비 기간인 것 같아요.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담아내고 싶은지, 숨겨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있습니다. 그게 1년은 걸릴 것 같아요.” 이음은 올 한 해 다섯 권의 책을 제작·출판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부터는, 우리가 지역에 이런 걸할 수 있다고 제시할 수 있을 정도만 되어도 대단한 성공이겠죠.” 독서 인구가 줄고, 출판업계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불안함은 없을까. “시대의 흐름을 인정해야죠. 이음을 통해 떼돈을 벌진 않을 겁니다. 가능하지도 않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를 연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로 그 자리를 채워나갈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무형화 된 수익이 있어요. 자서전을 써서 한 사람의 삶이 풍성해지는 것은 그 사람 개인의 수익이죠. 그게 곧 이음의 수익인 거예요.”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 원주를 출판문화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도서관이건, 터미널이건 어디를 가도 지역 책이 꽂혀져 있고, 누구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치악산에 구렁이를 방사했어요. 언론에 잠깐 나왔지만, 아는 사람은 별로 없죠. 그런 지역의 소식을 가까이서 접한다면, 치악산을 등산하면서 ‘구렁이가 잘 살까?’ 한번쯤 생각날 수 있잖아요. 어떤 일상을 살든 지역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원주가 고향이 아님에도, 김 대표의 애정은 남다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큰 것만 찾아요. 크단 얘긴 결국 소홀하단 얘기거든요. 사람들이 소외되고요. 열 사람의 잘 나가는 사람이 있는 것보다, 한 사람의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좋은 거예요. 작게 작게 연결돼야해요. 교재나 책을통해서 원주에 사는 사람들이, 강원도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지역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으면 좋겠어요.” 글. 이새보미야 사진. 원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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