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봄·여름·가을·겨울 낭만을 에보해 드립니다. - 박승환 낭만사 대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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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 친구들
안녕하세요, 낭만집배원 박승환입니다.” 산뜻한 분홍색 모자를 쓴 박 대표가 시원스레 인사를 건넸다. 대표라고 소개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각자의 롤이 있잖아요. ‘리더라기보다는, 인터뷰 같은 대외적인 활동을 하기에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에요.” 낭만사는 지역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제작사다. 지역의 인물·역사·공간 등을 기반으로 해 공연·전시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서울보다 규모나 경험, 화려함 면에서는 부족할 수밖에 없잖아요. 지역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감각을 표현하려다 보니 낭만적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죠. 우리의 콘셉트와도 잘 맞았고요.” ‘낭만이라는 단어에 각자 마음에 드는 낱말을 붙여 별명도 지었다. 디자인·홍보마케팅을 맡고 있는 김이슬 씨는 낭만유단자’, 디자인·미디어를 맡고 있는 분위기메이커 김지홍 씨는 낭만유전자’, 행정 및 회계 업무를 맡고 있는 추우희 씨는 낭만연구원이라고 한다. 이들은 모두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11학번 동기다. “원주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할 만한 일자리가 없었어요. 재밌는 일을하고 싶었는데, 문화예술 분야의 일은 이벤트 업체의 행사 대행 아니면 문화재단 쪽의 행정지원업무뿐이더군요.” 졸업을 전후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으나 별다른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넷 중 두 명은 고향이 원주가 아니니까 서울로 올라가는 게 나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저희가 공부한 학교는 원주고, 어느 정도의 인적 인프라도 구축되어 있는 거죠. 무엇보다, 넷다 원주를 좋아해요. 그래서 이곳에서 뭔가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일자리는 없으니까, 그럼 우리가 만들어야겠다고 의견을모았죠.” 소규모 학과에서 동기로 조별과제나 토론, 공연, 학술제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4년 내내 부대끼다 보니 팀원들은 서로의 성향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각자의 스타일, 장단점을 이미 다 알고 있어요. 맘에 안 들 때는 직접적으로 얘길 하고요. 이미 많이 싸워 봤죠. 틀어졌다, 화해했다, 그런 과정을 몇 번 겪고 난 멤버들 이어서 호흡이 안 맞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랬다면 함께 시작하지 않았겠죠.”

 

청년을 잇고, 낭만을 예보하다

 

낭만사가 첫 번째로 진행한 프로젝트는 청년 컬처톤’. 청년 문화기획자와 청년 예술가, 관련 분야의 진로를 꿈꾸는 원주 지역 청년들을 모았다. 무박 2일 동안 청년들이 서로 교류하며 팀을 구성하고, 협업을 통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도록 독려하는 플랫폼이었다. “이번 청년 컬처톤에서 우승한 팀은 그들이 사는 마켓이에요. 예술가들의 네트워킹을 구성해, 지속적으로 모임을 갖고 10월에는 플리마켓 형식으로 예술가들의 아이템을 풀어낼 예정입니다. 낭만사는 청년들의 그들이 사는 마켓이 실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인 거죠.” 정기적으로는 낭만예보라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일기예보처럼 계절마다 낭만을 예보 한다는 콘셉트로, 지난 4월에는 원주 미로예술시장 2층 중앙광장에 벚꽃풍선을 설치하고 공연·체험 및 먹거리와 각종 이벤트를 진행했다. 여름, 가을에도 계속해서 이어갈 예정이다. 지역에 대한 관심 역시 놓지 않고 있다. “최근 기획하고 있는 것은 재개발 지역을 다룬 전시 콘텐츠입니다. 구술·채록이나 사진 기록 정도에 그치지 않고, 사라질 사람들의 문화를 좀더 낭만적으로담아 전시하려고 해요. 이건 남산의 추월대때문에 생각한 아이디어예요. 예전에 그 뒤쪽에 살았거든요.”

   

지역에서 문화기획자로 살아남기

 

모든 분야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구조상 문화 불평등은 피할 수 없는 숙제다. 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계층은 서울로 이동하고, 상대적으로 소비자가 부족한 지역은 더욱 낙후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기획자로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문화예술 전공은 10% 정도만 관련된 계통으로 간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학과는 06학번이 1기인데 비슷해요. 아직 취업 못 한 동기들도 많고요. 이런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창업은 저희가 처음이었어요. 새로운 길을열어간다는 느낌이 있죠. 열악한 환경과 배고픔을 견디고 가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2017년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사전선발이 되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여전히 활동은 쉽지 않다. “이 일을 하기 위해 다들 각자 돈벌이를 하고 있어요. 저도 오전에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온 거고요.” 팀원들은 프리랜서 디자이너, 학과 조교, 부모님 식당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벌고 있다. 낭만사의 프로젝트를 눈여겨 본 사람들로부터 틈틈이 행사 대행이나 이벤트 의뢰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아직 안정적이진 않다. “판매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템도 구상하고 있어요. 여러 방면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있는 중이에요.” 지원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금 역시 당분간 분배하거나 사용하지 않고 모아 둘 계획이다. “운 좋게 지원 사업에 선정이 됐어요. 각자의 생계는 알아서 유지하기로 의기투합을 했습니다. 올해는 기초를 다지고 샘플링을 해서, 내년 하반기 정도부터는 전업으로 낭만사 일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낭만사가 소망하는 미래

 

열악한 상황임에도 낭만사의 목표는 뚜렷하다. 청년들이 문화를 향유하고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런 면에서 롤모델이라고 뚜렷하게 말할 만한 곳은 없을지도 모른다. “서울의 어반플레이’, ‘또라이양성소’, ‘체게바라 기획사등 비슷한 일을 하는 곳들이 있더라고요. 원주에도 여러 문화기획사들이 있는데, 다른 점은 이거예요. 서울의 문화기획팀은 체게바라에서 뭐 한대! 가 보자!’ 이런브랜드가 있는 거죠. 그렇게, 낭만사의 팬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지역 청년으로서 낭만사가 갖는 역할에 대해서도 소망한다. “함께 고민을 공유하고 성장할 수 있는 팀들이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같이 으쌰으쌰하면서 한 세대가 커갈 수 있도록요. 지속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가고, 어느 정도 길을 뚫어놓기만 하더라도 지역 문화예술계에 기여도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게 저희의 희망사항이기도 하고요.”

 

. 이새보미야. 사진. 낭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