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어제와 다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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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다른



십 년 전에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매 니저님이 이제 막 스물한 살을 지나고 있는 내게 그런 말을 했다. “지은이는 아직 다듬 어지지 않은 돌 같아. 그런데 난 그게 좋아 보여.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다들 매 끄러운 조약돌이 되거든.” 아직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풋내기를 돌려 깎는 줄로만 알았던 그 말이, 요즘 부쩍 자주 생각난다. 사람이 바뀌려면 사는 곳과 만나는 사람을 달리하고 쓰는 시간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다듬어지지 않은 돌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세 가지가 모두 바뀌었다. 그때부터 지금 사이를 돌이켜본다. 뾰족한 감각으로 오감을 받아들이며 매일이 어제와 달라서 도저히 기록하지 않으면 못 배기는 때가 있었다. 매일 다니는 길조차 낯선 시선을 유지하며 아 이폰 카메라 버튼을 눌렀다. 컷에서 컷이 디졸브로 넘어가 듯 점점 더 다른 환경에서 일 상을 나는 친구들이 공유하는 카카오톡 메시지에도 자주 반응했다. ‘New’에 가장 먼저 다가갔고 침대 맡과 책상 앞에는 좋아하는 미감으로 이루어진 종이들이 마스킹 테이프 와 붙어 있었다. 온라인, 오프라인 어디에서든지 취향을 그러모으기 바빴다. 이동은 잦 았고 장소는 많았다. 나는 넓었고 남은 좁았다. 영원할 것만 같던 습관과 취향은 바투 지나갔다. 책상 앞은 몇 가지 생활신조가 적힌 메모 말고는 텅 비었다. 더는 책 말고는 종이를 그러모으지 않는다. ‘New’보다는 ‘Normal’을 선택한다. 안 읽으면 수 백 통이 쌓이던 대화창의 알림 숫자도 줄었다. 아이폰 앨범에는 특별한 곳에 갔을 때 찍은 사진 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뾰족한 감각은 부드러운 질감으로 바뀌고 어제와 다른 오늘을 바라는 마음은 누그러졌다. 그때 매니저님이 말했던 조약돌이 바로 이런 것일까. 매끄 러질수록 [   ] 멀어진다. 멀어질수록 [    ] 두렵다. 두려워질수록 [    ] 마음이 든다. 빈 칸에 들어갈 단어가 너무 많아 쓸 수 없다. 흐르는 물살에 깎이는 조약돌처럼 흐르는 시 간을 받아내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그래도 잊지 않고 싶다. 다듬어지지 않은 돌이었을 때 온몸으로 받아들인 감각과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을. 여전히 미래는 도착할 만한 곳*일 것이고, 운 좋게 나는 아직 이곳에 있다.

*정지우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인용

 글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