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양력과 음력 이야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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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달과 지구에서 비롯된다

요즘 아이들에게 “너 생일이 언제야?” 라고 물으면 대부분 양력 생일을 말한다. 어쩐 일인지 음력으로 생일 을 말하면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거나 꼰대로 취급받기 딱 좋다. 설이나 추석 등 큰 명절은 음력을 기준으로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24절기는 양력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렇게 모순된 결과는 왜 생겨났을까? 이 모순 의 중심에는 태양과 달이 있다. 태양과 달 중 어느 것을 기준점으로 삼느냐에 따라 양력과 음력으로 갈라선 다. 한때는 “너희 집은 신정 설을 쇠니? 구정 설을 쇠니?”하며 서로 묻던 때도 있었다. 이제 곧 설이다. 신정을 설로 하고 구정을 민속의 날로 정했던 시대도 있었다. 일제 강점기의 잔재이자 전통 을 잃어버린 것이라며 신정의 설은 사라지고 음력 1월 1일이 우리의 설로 자리를 잡았다. 그럼 지금부터 양 력과 음력에 숨어있는 비밀을 파헤쳐보자.


양력과 음력

양력은 매월 30일과 31일을 반복하며 365일을 1년의 주기로 한다. 지구의 공전주기인 365.2422일에 근 접해 있다. 음력은 매월 29일과 30일을 반복한다. 달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달의 공전 주기인 29.53일에 맞춰서 일수가 배치돼 있다. 이 때문에 음력은 12개월이 지나도 354일의 일수 밖에 나오지 않 아 365일에서 11일 가량 모자라게 된다. 양력은 지구의 공전주기인 회귀년에 근접해 있지만 0.2422일의 오차가 매년 발생하게 되고, 음력은 11.2422일의 오차가 발생한다. 오차가 누적되면 계절의 변화와 달력 상 날짜의 편차가 점점 커지게 돼 보완이 필요했다. 이 보완책이 바로 윤년과 윤달이다.

 양력의 윤년

양력에서 윤년의 적용은 로마시대 장군이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처음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공전주기와의 오차가 매년 0.25일(당시 이집트인의 관측 기준)씩 발생, 4년에 한 번씩 하루를 추가해 2월 29일이라는 윤일을 두었다. 이 때 윤일이 있는 해를 윤년, 윤일이 없는 해를 평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율리 우스력의 주기 365.25일이 실제 1년의 주기인 365.2422과는 약간의 차이가 발생해 16세기 유럽에 와서 는 10일 정도의 차이가 생겼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교황이던 그레고리우스 13세가 규칙을 적용 해 지금의 양력체계를 잡게 됐다.



이 규칙을 적용하면 400년 마다 –0.12일 정도의 오차가 발생하므로 4000년째에는 –1.2일의 오차가 생긴 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4000년째에는 다시 윤일을 도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영국의 수학자 허셀이 제안했 다고 한다. <네이버 캐스트 그레고리력 참조>


음력의 윤달

음력은 1년에 약 11일의 오차가 생긴다. 이를 채우기 위해 매년 11일씩 추가하면 11일이 달의 주기인 29.53일과 맞지 않아 어긋나 버리게 돼 3년 동안 생기는 33일 가량의 오차를 새로운 한 달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그래도 3일의 오차는 여전히 존재하므로 좀 더 정밀한 방법이 필요하다. 따라서 사용된 것이 19년 동안 7번의 윤달을 두는 것이다. 19년을 주기로 봤을 때, 365.2422(일)×19(년)-(19×12+7)(월)×29.53(일)=0.0518(일)의 적은 오차로 회귀년과 거의 일치하게 되고 태양력과도 거의 일치한다. 이를 적용하면 어떤 날의 양력 날짜에 해당하는 음력 날짜는 19년 뒤에 특 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치하게 된다. 태어난 해를 1살이라고 하면 20살, 39살, 58살, 77살 되는 해는 양력 생일과 음력 생일이 같아진다. 음력의 윤달 적용을 알기 위해서는 24절기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달의 주기에 맞춘 음력은 매년 11일 정도의 오차가 발생하는 데 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순태음력이라고 한다. 반면 윤달과 같은 보완을 통 해 계절의 변화와 맞춘 달력을 태음태양력이라고 한다. 태음태양력은 달의 주기에 맞춰져 있어 달의 모양만 으로 날짜를 짐작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태음태양력(오늘날의 음력)은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삶 자체 로 지속돼 왔다. 여기에 우리 민족은 농경사회의 전통을 지녔기 때문에 태음태양력이 농사 시기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24절기(節氣)라는 지표를 가미한 것이다. 주기가 다시 맞춰지는 19년간은 태양의 변화와 약 간씩 어긋나는 일이 매년 반복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바로 24절기다.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춘분, 하지, 추분, 동지의 네 중기에 각 사이를 3등분하는 8개의 중기 와 또 각 중기 사이에 1개씩의 절기를 두었다고 보면 된다.

12절기 = 입춘, 경칩, 청명, 입하, 망종, 소서, 입추, 백로, 한로, 입동, 대설, 소한
12중기 = 우수, 춘분, 곡우, 소만, 하지, 대서, 처서, 추분, 상강, 소설, 동지, 대한

절기사이는 지구의 공전궤도상에서 15도가 차이난다고 보면 된다. 지구의 공전주기에 따라 365.2422/24 = 15.218425일 마다 돌아오면 된다. 전체적으로 태양의 움직임을 반영해 양력과는 거의 맞아떨어져 양력 으로 매월 4~8일 사이와 19~23일 사이에 생기며 각 절기의 매해 양력 날짜도 2~3일의 간격으로 동일하 다. 그렇지만 지구의 공전궤도가 타원형이어서 케플러 제2법칙에 따라 여름에는 공전속도가 느려 15도를 도는데 15.218425일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이 필요하고, 겨울에는 15도를 지나는데 15.218425일보다 조 금 더 짧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여름에는 15도를 회전해 다음 절기(태양의 위치)로 가는 시간이 좀 더 걸 려 절기 사이의 간격이 16일이 될 가능성이 겨울보다 높다.


천자문에 나타난 음력 ‘윤여성세(閏餘成歲)’

천자문의 윤여성세는 윤달이 남아 해를 이룬다는 뜻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4,000여 년 전 요(堯)임금이 ‘희 씨(犧氏)’와 ‘화씨(和氏)’라는 신하에게 “백성을 다스리려면 하늘의 운행법칙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때를 놓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이 시간 가는 줄을 모르면 살 의미가 없고 살 계책 도 세우지 못한다. 그러니 천지도수(天地度數)를 재어서 오너라”라고 명했다. 당시에는 천문관측 기구나 비행기도 없었기에 매일같이 맨눈으로 천체를 관측해 도수를 쟀다. 그것이 후에 음력(陰曆)이 되고 지금까 지 1분 1초도 틀리지 않은 채 내려오고 있다. 일 년 주천도수(周天度數·하늘의 둘레)가 365¼(365일 6시) 라는 것을 알아내고, 일 년을 360일로 기준을 삼으니 일 년은 곧 360일이 기본 상수가 된다. 한 달을 30일 씩 치면 12개월이 꼭 360일이 된다. 하지만 달의 삭망주기를 기준으로 한 태음력(太陰曆)에서는 29일의 작은 달 6개월과 30일의 큰 달 6개 월로 구성된 354일을 1년으로 삼았다. 이렇게 하면 360일에서 총 6일이 모자라는데 이것을 ‘삭허수(朔 虛數)’라고 한다. 그리고 태양에 따른 계절의 변화를 고려한 태양력(太陽曆)에서는 360일 이후에 5일 6시간이 남게 되는데, 이것을 ‘기영수(氣盈數)’라고 한다. 동양에서는 달의 삭망주기와 계절의 변화주기 를 모두 고려해서 만든 태음태양력(太陰太陽歷·오늘날의 음력)을 사용했다. 결국 1년 동안의 태음력 (354일)과 태양력(365일 6시간) 사이에는 11일하고도 6시간이 차이가 나게 된다. 3년이 지나면 이 오 차가 30일이 넘게 되는데 실제의 1년 도수인 365¼도에 맞추기 위해 3년째 되는 해에 이 남는 30일을 윤달로 놓게 된 것이다. 윤달이 들어간 해는 13개월이 되니 이것이 바로 ‘윤여성세’다. 기영수와 삭허수 가 윤달로 남아 해를 이루는 것이다. 주역 계사전(繫辭傳)에는 이 윤여성세에 대해 ‘3년째에 윤달을 두 고 2년이 지나 5년 만에 다시 윤달을 놓는다(五歲再閏)’고 했다. 이것은 3년 만에 윤달을 놓고 남은 일 수와 윤달이 되는 해 다음 2년 동안 남는 20여 일을 합한 수가 또 한 달이 되어, 5년 만에 다시 한 번 윤 달을 놓게 된다는 것.


우리나라 달력의 유래

삼국시대에 백제가 중국에서 들여온 송(宋)나라의 원가력(元嘉曆)을 사용했던 기록이 남아있다. 이후 조 선 세종대에 일종의 태음력인 칠정산 내편(七政算內篇)과 외편(外篇)의 역법을 만들었는데, 칠정이란 역 목(曆目), 태양(太陽), 태음(太陰), 중성(中星), 교식(交食,) 오성(五星), 사여성(四餘星의) 7개 천문을 일 컫는다. 실제 달력을 사용한 것은 조선 효종(孝宗) 4년(1653년)에 청나라에서 수입된 서양 천문학에 영향 받은 시헌력(時憲曆)을 채용한 때부터다. 현재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태양력(양력)은 고종 32년(1895년) 이 시초다. 절기는 태음태양력이 윤달을 사용함으로 인해 계절의 변화와 다소 불일치하는 것을 보완하기 위 해 태양의 주기에 기초해 1개월에 2개씩의 절기를 지정, 계절의 변화에 대응했기 때문에 실제 중세의 농경 사회 농민들에게는 1년의 역법보다는 24절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대략 15일 간격으로 변하는 절 기에 따라 농사의 시작과 끝을 이루고 시간과 계절에 순응했다.



글 원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