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인터뷰 - 황용기 사담범인 빛과꿈터 일과사랑 대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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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쏴라
1993년 8월. 12명의 건축학도를 태운 봉고버스가 빗길에서 전복됐다. 이들은 전통사찰 등 고건축물 답사에 나선 길이었다. 이 중 운전자만 중상을 입었다. 운전대를 잡은 황용기(49)씨다. 이날 사고로 당시 25살 젊은 청년은 영영 두발을 딛고 일어설 수 없게 됐다. 영원히 두 다리로 걸을 수 없다는 사형선고 같은 말에 그의 가슴은 무너졌고 사람을 만날 수도, 밖을 나갈 수도 없었다. 그렇게 4~5년을 보내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서미혜 전 장애인복지관 관장의 힘이 컸다. 정기검진을 위해 원주기독병원에 입원했다 서 관장을 만났다. 서 관장의 권유로 한라대학교에 편입을 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지만 서 관장은 문창모 장학재단을 소개해줬다. 첫 학기 등록금은 서 관장 개인이 부담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일어를 전공한 아내와 만나 2002년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다. 아내는 그를 만나면서 사회복지사가 됐고 지금은 시각장애인 관련 일을 하고 있다. 2003년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 개관하면서 개관 멤버로 일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서 관장 덕분이었다. 그렇게 15년을 꼬박 복지관에서 일했다. 처음에는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 있어 컴퓨터 강의를 주로 했다. 안정적인 생활이었고 마음도 편안했다.
일과사랑
“서울 여의도에 있는 이룸센터처럼 장애인을 위한 따뜻한 공간을 설립해보는 것이 꿈입니다. 비장애인들은 직업 훈련을 받더라도 교육훈련비 수당을 받는데 장애인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훈련비를 받기가 굉장히 힘든 구조입니다. 이룸센터처럼 원주에 직업재활센터를 설립해서 장애인들이 당당하게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경제적인 자립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당당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중증장애인은 더욱 더 경제적으로 자립하기가 힘들죠. 기초생활수급자로 일부 지원을 받는데, 이마저도 소득이 생기면 깎이더군요.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반 근로자의 평균 임금을 받으면 기초생활수급비를 당연히 받지 않겠지만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소득이 있어도 기초생활수급비가 줄어든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15년 간 일을 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다. 복지관에서 일하며 늘 당당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당당하게 생활해도 됐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영 아쉽다. 좀 더 열심히 일했어야 하는데 라는 후회도 밀려왔다.
사람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서 걱정이 많다. 그도 당연히 이곳에서 정년을 맞이할 것으로 알고 일했다. 장애인들의 아픈 현실을 보고 바꿔보자는 꿈이 생기면서 정년퇴직의 꿈을 포기했다. 새로운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다. 장애인직업 재활에 관심이 많았다. ‘사단법인 빛과꿈터 일과사랑’ 창립에도 애를 쓸 정도로 애착이 갔다.
“아직까지도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등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존재합니다. 지금까지 존재해 왔던 사회적 분위기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는 노릇이죠. 그래도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장애인 편의시설과 저상버스 도입, 교통약자 이동 편의성 등 정책도 많이 쏟아지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여전히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나처럼 중도에 장애인이 된 중도장애인이 기존 일터가 있으면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고, 공부를 하던 학생이었으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선천적으로 장애를 안고 태어난 분들은 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훈련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도록 시스템화 되었으면 좋겠고요.”
정부가 내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장애등급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장애인을 등급으로 나눠 지원한다고 하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과학적으로 정확하지도 않을 것 같구요. 개인마다 사정이 다르고, 환경이 다른데 어떻게 장애정도를 등급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도 힘들죠.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단계적으로 장애등급제를 폐지할 계획이라고 하니 다행입니다.”
그가 꿈꾸고 있는 모델은 서울 여의도 인근의 이룸센터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운영하고 있는 이룸센터는 복권기금을 통해 2007년 5월 건립 된 지상 10층, 지하 4층의 총 14개 층으로 이루어진 국내 최대 장애인 종합복지공간이다. 150석 규모의 이룸홀과 100석 규모의 누리홀 뿐 아니라 회의실, 소규모 강의실과 세미나실 등 다양한 행사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장애인의 정보교류와 상호화합의 장으로 활용된다. 장애인들의 적극적인 사회·문화 참여 활성화는 물론 국내·외 장애교류의 중심공간으로 장애인의 안전과 편의를 우선으로 하는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이제 새로운 곳에서 제2의 꿈을 향해 비상하는 황용기 씨.
그는 제2의 이룸센터를 원주에 건립하기 위해 오늘도 작업장으로 출근한다.






글 원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