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날마다 가치를 채우는 집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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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가치를 채우는 집 

- 원인동 친환경 청년공유주택 ‘가치채움’ - 




원인동에 마련된 친환경 청년공유주택 ‘가치채움’ 
최근 1인가구가 대거 등장하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공유주택이라는 새로운 주거 문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말 그대로 한 집 안에서 여러 사람이 공간을 나눠 쓰는 형태의 거주 양식이다. 공유주택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주거비가 절감되는 한편, 정서적인 지지를 얻을 수도 있다. 이른바 ‘정상가족’의 정의가 새롭게 정립되는 이 시대에 공유주택은 유의미한 대안으로 자리 잡아 가는 중이다.
같은 공간에서 산다는 건 삶의 일부를 공유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평생 당연하게 여겼던 사소한 습관을 수정해야 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면 청소 주기라든지 욕실을 사용하는 시간 같은 것들 말이다. 번거롭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래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통의 생활규범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실험적 생활을 실천하는 도구로 공유주택이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 3월, 원주 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은 친환경 공동체를 표방하며 사회주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가치채움’이라는 이름의 이 공유주택은 원주의 대표적인 원도심이자 재개발 지구인 원인동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마을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어 어르신들과 교류하고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가치채움’은 원주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다. 참여자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마을엔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원주의 청년주거문제 그리고 원도심지역 공동화 현상이 만나는 교차지점인 셈이다.


 Interview | 원주 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 박은희 사회복지사 



원주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은 어떤 곳인가요?
저희 복지관의 모체는 올해로 설립 23주년을 맞이한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에요. 밥상공동체종합사회복지관은 법인의 산하기관입니다. 2013년 6월에 개관을 했고요. 역사가 젊은 만큼 진취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복지관의 서비스라고 하면 사례관리, 지역조직화, 서비스 이렇게 세 분야로 나눠져 있어요. 제가 담당하고 있는 ‘BS청춘라디오 방송국’이라든지 ‘가치채움’ 같은 경우에는 원주 시내 복지관에서 가장 먼저 진행했고 다소 독특한 사업이죠. 지난해부터는 Home IoT(사물인터넷)를 이용한 비대면 복지서비스를 개발하고 선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걸 빨리 받아들여서 적용하는 편이에요

‘가치채움’은 어떤 취지로 기획된 사업인가요?
친환경 공유주택이고요. 아시는 대로 저희 법인은 연탄은행이라는 에너지 복지사업을 하는 기관이잖아요. 에너지와 관련된 새로운 복지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탐방과 자료를 수집하던 가운데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진행하는 건 시범사업이에요. 기존에 있는 집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집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 에너지 절감을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일종의 실험을 해보는 중입니다.

참여자 연령대를 청년으로 설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밥상공동체 종합사회복지관이 담당하고 있는 지역이 원인동, 일산동, 중앙동 등 원도심지역이에요. 여기가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많이 사시잖아요. 일례로 원인동은 재작년까지 출생자가 한 명도 없었어요. 원주에서 가장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동네인데, 그렇다면 이곳에 청년이 새롭게 유입된다면 어떨까 가정을 해봤어요. 마을에 활기도 불어넣고 에너지 활동도 제안 하고 자연스럽게 마을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환경문제라든지 원도심 공동화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연령대는 청년이라는 판단을 했어요.

‘가치채움’으로 활용되고 있는 집을 소개해주신다면?
원인동의 오래된 한옥주택을 요즘 감각에 맞게 인테리어만 바꿨어요.
현재 참여자는 두 분이고요. 방 하나는 아직 주인을 찾고 있어요. 오래된 한옥이고 단열이나 보강을 했지만 완벽하다고 할 수 없는 상태예요. 참여자들과 제로웨이스트와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는데요. 쓰레기를 가능한 많이 줄여보자는 논의를 했어요. 본인들이 배달음식이나 일회용 용품을 사용하는 걸 최대한 줄여서 살아보는 실험적인 생활을 해보겠다하는 의지를 갖고 있어요. 관련해서 교육을 제공해드리기도 할 예정이고요. 상호협의가 되면 프로그램을 같이 짜서 이분들이 프로젝트를 하나 만드는 거죠. 마을 분들께 홍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참여하게끔 하는 거죠. 마을 안에서 쓰레기를 절감하고 에너지를 아끼고. 어르신들은 원래 아끼고 계시지만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마을의 하나의 운동이 되고 정체성이 되는 게 목표예요. 에너지 절약을 하는 커뮤니티가 확산되게끔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죠.

원인동 지역은 현재 상황이 어떤가요?
원인동이 재개발 지역이기 때문에 제약이 있어요. 재개발 지역이라 딱히 집들을 고치지 않는 곳이죠. 지금 원인동 안에서도 세 개 지역이 재개발이 들어와 있어요. 남산, 나래, 다박골 이렇게 불리는 동네들인데요. 사실은 언제 헐릴지 모르는 집들인 거죠. 지역발전이랑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이긴 해요. 지금 재개발 얘기가 나온 지 20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지역주민들도 많이 실망하시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겪고 계시고요. 심지어 6.25 당시에 지어진 집도 있어요. 재래식 화장실 쓰는 곳도 여전히 많고 이런 곳이에요. 하지만 주민 대부분이 평균 17년 이상 거주하는 마을이기도 하죠. 그래서 마을에 관심도 많고 애착도 많은 정감있는 마을입니다.

참여자는 어떤 기준으로 선발되었고,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요?
프로젝트에 대한 호감도를 제일 중요하게 봤어요. 참여자 분 중 한 분이 ‘힙한 동네’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너무 놀라서 원인동이요? 하고 되물었는데 (읏음) 본인 눈에는 너무 힙하다고 하더라고요. 춥게 살거나 덥게 살거나 쓰레기를 줄이면서 불편한 생활을 실험해보는 것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동의해 주신 분들을 찾고 있었는데, 지금 가치채움에 살고 계신 두 분이 그런 마인드를 갖고 계시더라고요. 참여자분들도 어르신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 공감을 해주셨어요. 마을 어르신들께서 리모델링하는 동안에도 관심이 많으셨고 궁금해 하셔서 동네에 소문이 엄청 빨리 돌았어요. 이사하는 날도 와서 다 보시고요. 젊은 청년 주민들이 두 명 늘어나는 거잖아요. 그래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계세요.

 


 취재·글 황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