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국가대표급 스토리 만들기 - 유원철 펀팜 대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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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출신의 국가대표 건강식품

펀팜 유원철 대표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해, 대학까지 운동을 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에는 학교에서 인라인스케이팅을 가르치기도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빙상에 대한 미련도 아직 조금남아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었는데,그러지 못해서 아쉽죠.” 유 대표가 농업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집안이 3대째 건강식품사업을 하고 있어요. 부모님은 40년 째 건강원을 운영 중이시고요.” 장남인 유 대표는 자연스레 건강식품 사업을이어받게 됐다. 온라인을 이용한 판로를 확보하려던 차에, 지난해 8월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와 네이버가 협업한 청년장사꾼프로젝트에 뽑혀 건강식품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하게 됐다.

하다 보니까 어떻게 해야 되겠구나, 하는 감이 잡혔죠. 소비자에게 구매 욕구를 일으켜야 하는데, ‘스토리가 있어야겠더군요. 저는 운동을 했던 이야기를 접목시켰습니다. ‘국가대표 출신의국가대표 칡즙이라고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4개월 동안 판매량 1위에 머물렀다. 첫 화면에 계속 노출이 되니 판매도 잘 됐다. 인터넷 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전화 주문을하면서 정말 국가대표 출신이냐고 묻고, 신뢰가 간다며 구매하는 경우도 많았다.

 

스토리가 있는 농산물을 만들자

소농가에는 애로사항이 많다. 부모님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노하우나 판매처를 물려받으면 되지만, 창농을 하는 경우엔백지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어떻게 수익을 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직접 사진을 촬영하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겁니다. 어떻게 귀농을 했는지부터, 안정적으로 정착

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 돕는 거죠.” 그렇게 구성된 스토리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오픈 마켓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맘 카페같은 곳에 각종 농작물이 하나하나 어떤 과정으로 열매 맺는지를 올리는 겁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누적이 되면서 신뢰가 쌓이는 거죠. 그걸 바탕으로 가을이 되면 판매를 하는 거고요.” 소규모 장터가 열리는 날짜에 맞춰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 전날 저녁에 농작물을 수확해 아침에 바로 받아볼 수 있게끔하는 시스템도 계획 중이다.

펀팜을 설립한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말 그대로 즐겁다는 뜻의 펀(fun), 포털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쇼핑 플랫폼 스토어팜에서 따온 을 붙였다. 처음엔 농장 개념이라기보다는, 열 명의 사람들이 각각 하나씩의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자는 의도였다. “고구마 농사를 짓는 분이 있어요. 2kg 고구마 한 박스가 공판장에서 7,000원 선에 판매되는데, 10kg 고구마 한 박스를 가져갔더니 800원을 부르더래요. 그건 좀 아니잖아요. 차라리 생산자와 판매자 사이의 중간 유통 수수료 없이, 직접 팔아드리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품앗이 같은 거였죠.” 인터넷으로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펀팜의 팀원은 유 대표를 포함해 세 명이다. 사과농사를 짓는 박수훈 씨, 감자·포도·옥수수를 하는 김유섭 씨가 있다. 같은 팀원은 아니지만 청년농부협동조합이나 농업인 단체인 ‘4-H에소속된 다른청년 농부들과도 협업을 할 생각이다. “팀원을 늘리려고 해도 다들 생업이 바빠서, 품목을 늘려나가는 쪽으로 생각 중입니다. , 고구마, 블루베리 등으로 품목을 확대하고 있고, 양배추 농사도 의뢰했어요. 양배추 즙을 해볼 생각입니다.

역시 모종심기부터 해서 스토리를 만들어나갈 겁니다.”

 

좋은 면만 보고 뛰어든 육성사업

유 대표는 농산물을 가공하는 사업 역시 사회적으로 환원을 하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 사회적기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되었다. 좋은 일이라면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마음으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했지만, 바깥에서 봤던 것보다 녹록치않다. 각종 서류 작업이나 교육 이수 등 요구되는 것들이 많고낯설기 때문이다. “역할분담을 하기도 쉽지가 않아요. 농번기라, 다른 팀원 두 분은 지금 하루 종일 농사일에 바쁘시거든요.사업을 늘려가야 할 텐데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요.” 농사의 특성상, 육성사업 시스템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육성사업에 선정된 뒤 중간 평가를 했는데, 저희는 불리한 거죠. 아무 것도 가져갈 게 없잖아요. 농작물은 이제 막 자라고 있으니까요. 너무 단기간에 성과를 요구하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나마 생생마켓에 셀러로 참여하거나 가공 교육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으로 만족한다.

 

모두가 재미있게 잘 사는 스토리

평생 건강식품을 보며 자란 유 대표는 이제 이쪽 분야에서는 전문가 수준이라고 자평한다. “지금 펀팜의 목표는 농산물의 유통인데, 앞으로는 제가 잘 하는 부분을 살리고 싶어요. , , 차 종류에 연계성이 있거나, 약초 분야에 관련된 사업 말입니다.”꼭 개인적인 욕심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 배가 나오는 철이 아닌데, 농사하시는 분들에게 달라고 하면 콘티(과수용 박스) 째로 갖다 주세요. 파지가 창고에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보관비용도 들고, 추후 골라내는 데에 인건비도 필요하고요. 파지란 게흠집이나 모양 때문에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인 건데, 맛이나 영양에는 아무 이상이 없거든요. 파지를 어떻게 소비할 것인지도주된 문제입니다.” 가공식품 형태로 작할 경우 이 부분에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올해 펀팜의 목표는 팀원 늘리고 제품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농부들이 직면한 고민거리를 함께 나누고, 협동조합의 형태로 같이 커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 품목이 온라인 마켓의 상위에 노출이 되면, 그것을 클릭해 들어온 소비자들이 다른 품목도

둘러보고 구매한다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함께 커나갈 수 있겠죠.” 유 대표는 사회적기업에 대해 한 단어로 나눔이라고 표현했다.

제 최종적인 꿈은 모두가 잘 사는 겁니다. 재미있게, 모두가 잘살았으면 좋겠어요.” 유 대표의 사무실 벽면엔 어린 딸의 사진이 여러 장 액자에 걸려 있다. 선천적인 재능이 없다면, 자녀에게 운동을 시키지는 않을 생각이다. 운동을 하면서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기억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태극마크가 달린 옷이 있어요. 나중에 딸이 옷장을 열어 보고 아빠, 이게 뭐야?’라고 물어보면, 스토리를 들려줄 겁니다.”

 

. 사진. 이새보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