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계간 문예지 만들겠다” - 윤태원 인디문학 1호점 대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27
첨부파일 20170927_140131.png 조회수 8,966



독립출판이 주류 매체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대부분의 문화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 우리 지역의 독립출판은 어떤 모습일까. 영월에서 활동하는 독립출판사 인디문학1호점의 윤태원 대표를 만나봤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인디문학1호점의 대표 윤태원입니다. 사실상 백수죠. 여행 다니고 놀러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십 년 넘게 글을 계속 써왔습니다. 어느 날 보니 그렇게 쓰인 글들이 많이 모였더라고요. 그걸 책으로 만들어보면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출판사를 차렸습니다. 등단에 대한 꿈을 안 꿨던 건 아니에요. 시도를 하다 떨어졌을 때 내가 부족한가 보다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신춘문예집에는 딱딱하고 권위적인 이야기들뿐이고, 이런 식이라면 등단을해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재미있다고 느낀 걸 만들어보고 싶었죠.

 

인디문학1호점은 어떤 곳인가요?

지금은 제가 쓴 책만 내고 있지만, 재야에 묻혀 있는 숨겨진 고수를 찾아서 그 글을 세상에 펼쳐내는 문예지를 내고자 하는 출판사입니다. 제 글을 묵혀두기 아깝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당연히 있었고, 이후 다른 분들의 원고를 섭외할 때에도 이런 사람이고 이러한 것을 만들었는데,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하고 설득할 수있는 타이틀이 필요하기도 해서 출판사를 시작했습니다.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는 데 애로사항은 없나요?

마케팅이 가장 어렵습니다. 일단 방법 자체를 모르겠더라고요. 대부분 비슷할 거예요. 언어의 온도를 쓴 이기주 작가의 경우는 처음에 출간했을 때 반응이 없다가, 1년 넘게 개인 SNS에 꾸준히 홍보를 해서 빛을 봤다는 얘길 들었어요. 요즘은 독립출판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홍보를 해준다며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지역에서 출판사를 연 이유가 있나요?

강원도 내에서도 출판사로 등록된 곳의 대부분은 인쇄소고, 230대가 인식하고 있는 독립출판의 개념에 부합하는 곳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영월에서 출판사를 연 데에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서울에서 게임 기획자로 5년 정도 일하다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왔고, 솔직히 말하자면 돈 들어갈 것이 적었기 때문

에 그대로 고향에서 문을 연 거죠. 개인적으로는 지역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책은 홍보도 판매도 모두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거든요.

 

디지털 시대에 종이출판이 갖는 의의가 있을까요?

인터넷에 게재되어 있는 것은 휘발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남기고 싶다는 의미를 따졌을 때 가장 오래 남길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해 봤어요. 종이출판은 기록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만들어놓은 것을 세상에 남기는 행위라고요.

 

독립출판이란 무엇인가요?

출판의 규모도 아니고, 출판에 관여하는 인원으로 구분되는 것도아니고터무니없는 답변이지만, ‘제작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정의되는 것 같습니다. 자본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요. ‘출판이 생업이 아닌 사람들이 하는 출판이 독립출판인 것 같습니다.

 

독립출판이 출판업 불황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독립출판이 기존 출판과 차별되는 점은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메이저에서 찍어내는 문예지는 일단 재미가 없잖아요. 다만 저는 독립출판이 대안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메이저는 메이저가 추구하는 게 있고, 독립출판은 각각이 너무 달라서 뭐라고 꼬집어 말하기가 어렵지만, 각자가 추구하는 게 있잖아요. 어쨌든 확장성은 독립출판 쪽이 훨씬 크긴 합니다. 별의별 게 다 있고요. 분명 다양한 분들이 호감을 가질 만한 내용들이 계속 나올거라고 생각해요.

 

생계유지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호주에서 벌어온 돈을 다 털어서 4, 5, 6월에 책을 한 권씩 발간했어요. 매달 내자고 계획을 한건 아니고, 돈이 떨어지기 전에 써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됐죠. 이제 세 번째 책이 나왔으니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이 모이면 여행을 가거나 만들지 못한 책을 또 만들거나 해야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궁극적인 목표는 계간 문예지를 만드는 거예요. 원고를 주는 작가들의 재능에 합당한 원고료를 지불할 수 있을 만큼의 자본을 모아서 계간지를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고요. 좋은 책을 만들고 좋은 작가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사실 생각만 있고 구체적인 시기는 정하지 않았어요.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그 전에 폐업을 할지도 모르지만요.


 

. 이새보미야 사진. 원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