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극장에 다시 불이 켜지고 ··· 새로운 쓸모를 위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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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그린 커다란 그림이 걸려있다
. 눈앞에선 배우들이 사랑하고, 싸우고, 때론 하늘을 날기도 한다. 음악이 마음을 더욱 고조시킨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즐거움과 감동을 품고 집으로 돌아간다. 옛날 극장의 풍경이다. 과거 극장은 새로운 것을 보는 장소였다. 그곳에 그림이 있었고, 이야기가 있었고, 음악이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 화를 보러 갈 때 극장 구경이란 말을 자주 썼다. 그곳에는 언제나 새롭고 즐거운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줄을 서서 표를 사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찾아왔다. TV와 비디오가 보급되기 전까지 극장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2006, 원주시에도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들어섰고, 사람들은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단관 극장을 찾는 사람들은 줄었고, 줄줄이 문을 닫았다. 원주 시내 5개의 극장 중 4개의 극장이 차례로 허물어졌다. 이제 아카데미 극장만이 유일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들은 차례로 허물어지는 극장 건물들을 보며 그곳에 우리들의 기억이 담겨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카데미 극장은 53년간 그 자리에서 원주 시민들과 함께해온 건물이다. 오래된 건물은 도시의 역사를 품는다. 그리고 그곳이 사람들이 사랑했던 극장이라면 더욱 많은 추억과 역사를 품고 있을 것이다. 데이트하던 커플들의 사랑 속삭임, 오래된 냄새가 밴 좌석 시트, 극장에서 풍겨오는 팝콘 냄새, 짙은 담배 냄새까지, 지나고 보니 모든 게 추억이다.
 

극장은 시민 한 명 한 명의 그리운 추억이 담긴 장소이며 도시의 기억이다. 하지만 더는 운영하지 않는 극장은 아무것도 아니다. 폐관된 아카데미 극장에는 먼지만이 켜켜이 쌓여있다. 단관 극장들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원도심을 찾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5일장이 아니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없어졌다. 우리는 아카데미 극장의 새로운 쓸모를 꿈꾼다. 원주의 역사를 함께 해온 아카데미 극장의 기억이 다음 세대에게도 계속되었으면 한다. 그곳은 새롭게 극장이 될 수도 있고, 시민들의문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어떤 모습이 되든, 먼지 쌓인 지금의 아카데미 극장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싶다. 극장에 다시 불이 켜진다. 음악이 들려오고, 누군가는 춤을 추고, 어떤 이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연기한다. 과거 즐거운 것들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던 것처럼, 아카데미 극장이 다음 세대에게도 함께 모여 새로운추억을 쌓아나갈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박혜림 시나리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