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원주 농업인 새벽시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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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농산물도 없는 게 없는 곳



아침 7. 하늘이 보얗게 밝다. 완연히 가을이 깊어져 나무엔 단풍이 물들고 일교차 큰 아침 날씨는 매섭다. 평소보다 따뜻하게 챙겨 입은 , 잊지 않고 지갑에 현금도 챙긴다. 새벽시장 에 가는 길이다.

원주천 인근에 차를 대고 봉평교에서 내려다보니 쌍다리(원주교)까지 이어진 둔치 주차장에 옹기종기 장이 펼쳐져 있다. 여름철이나 추석 밑보다는 비교적 한산하고, 이젠 해가 제법 짧아져 조무(朝霧)도 채 걷히기 전이지만, 반복되는 출근길에서 느껴지는 것과 다른 역동성이 있다.

 

평소 차를 주차하는 공간에 농산물이 저마다 그득 쌓여 있고차가 다니는 일방통행 길로 사람들이 오간다.

때 이른 누빔옷으로 몸을 꽁꽁 감싼 중년 여성이나, 털모자를 눌러 쓴 할아버대부분 중·장년층이지만 민낯에 편안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손깍지를 낀 젊은 부부나 할머니를 따라 나온 꼬마, 주인의 뒤를 열심히 따르는 복실한 강아지도 심심찮게 보인다. 전거 짐받이에 한가득 배추 따위를 얹어 묶는 장면이나 시장바구니 한쪽으로 삐죽 튀어나온 대파가 정겹기 그지없다.


몇 년 째 아침마다 새벽시장을 찾는다는 분은 ‘없는약 안 쓰고 키운 거야.”
양배추·무·고추·늙은 호박 따위의 채소부터 각종 나물류, 사과·배 같은 제철 과실, 땅콩이나 더덕, 버섯, 달걀, 햅쌀이나 잡곡까지 온갖 농산물이 풍성하다. 가장자리에는 손두부나 묵 같은 가공제품이나, 따끈한 국수나 풀빵 따위의 요깃거리를 파는 푸드트럭(?)도 한 자리 차지 중이다. 커피나 음료를 파는 노점상도 있다.
“고구마는 상처가 나면 금방 못 써서 우린 여기 새벽시장에서만 팔아요.”
“노지재배라 모양은 좀 못생겼지만 맛은 훨씬 좋아.”
“오늘 새벽에 따가지고 나왔습니다.”
“사실 아직 유기농 인증은 못 받았지만, 비료랑 농약 안 쓰고 키운 거야.”​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하다보니 오가는 대화 처음 느껴 보는 새벽시장의 활기에 선뜻 말을 붙이 좌판 한쪽에 동네 이름과 생산자의 이름, 연락처가 적힌 팻말이 내걸려 더욱 믿음직스럽다. 다양한 품종에 일반 마트보다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가게 문을 열기 전 재료를 사러 온 사장님이나 운동 겸 장을 보러 나온 주부 등 단골 손님도 많은 모양이다. 익숙하게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벌써 물건을 모두 팔아 정리를 시작한 매대도 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고추를 그러담는 손길, 흥정
을 하며 오가는 능청스러운 대화, 추운데 커피 한 잔 잡숫자며 옆 사람에게 내미는 종이컵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화장실이나 갔다 와야겠다며 앞치마를 벗어두는 아주머니의 가벼운 한탄 같이 눈이 가는 장면 장면에서 온통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처음 느껴 보는 새벽시장의 활기에 선뜻 말을 붙이​지 못하고 사람이 모인 주변만 뱅뱅 돌다, 용기를이는 것 같다.
한 글씨로 가격과 함께 ‘위장장애 개선, 면역력 강화’ 따위의 효능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무뚝뚝한 얼굴의 아저씨는 거스름돈을 주며 맛있게 먹으라는 한 마디를 건넸다. 어느덧 시간은 훌쩍 지나 7시 45분 정도. 새벽시장 에서 벗어나 도로에 올라왔다. 집에 돌아가 아침을 먹고 부지런히 출근을 해야 한다. 원주천의 물안개가 걷히고, 새벽시장엔 아까보다 손님이 좀 더 북적이는 것 같다.​



* 원주 농업인 새벽시장

농산물이 나오는 4월 하순부터 김장철인 12월 초순까지 열리는 장터. 기간 중 매일 오전 4시부터 9시까지 봉평교~원주교 사이 원주천 둔치의 주차장에서 열린다. 원주 지역의 농부들이 직접 기른 수확물을 가지고 나와 판매하는 직거래 장터로, 농가에는 다품종 소량 판매로 및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판로의 역할을, 소비자에게는 싱싱한 친환경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 199451일 개장한 이래 20년 이상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원주의 명물로, 지난 2009원주시 농업인 새벽시장 개설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전국 최초로 제정되는 등 시 차원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하고 있다. 17,000의 규모의 장터에 340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34만 명이 방문하고 총 판매액이 84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올해는 새벽시장 개장 직전인 4월 초에 원주천 둔치를 새로 포장 및 정비하여 한층 쾌적한 환경에서 장터가 열리고 있다.




글 이새보미야 사진 원춘식